김병주 전라남도 관광문화체육국장

시나브로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대면 일변도였던 일상생활이 비대면으로 바뀐 것이다. 코로나로 피폐해진 마음을 어루만져 줄 힐링 프로그램이 필요한 때다. 올 가을 전남을 방문하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열린다.

2018년은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이 된 해다. 전라도라는 명칭은 고려 현종 때인 1018년에 처음 사용되었다. 정도 천년을 맞이하여 전라남도에서는 남도문예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제1회 국제수묵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수묵화는 화선지나 비단에 붓과 먹을 사용하여 채색한 동양화다. 전남은 대한민국 남종화의 화맥이 시작된 곳이다. 공재 윤두서, 추사 김정희, 소치 허련, 남농 허건 등 수묵화 거장의 발자취가 곳곳에 서려 있다. 올해 수묵 세계화를 위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

세계 15개 나라 300여 작품을 전시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주제는 ‘오채찬란 모노크롬’이다. 모노크롬이란 한 가지 색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단색화를 말한다. 수묵의 전통 재료인 먹(수묵)은 흑색 한 가지이면서도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오색을 모두 포함하는 오묘함이 숨어 있어 붙인 이름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목포, 진도뿐만 아니라 도내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 주 전시관인 목포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수묵의 재료적 한계를 벗어나 유화, 조각 등을 활용한 작품을 전시하고,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과 유달초등학교에서는 신세대 동양화가들의 작품을, 진도 남도전통미술관과 소치미술관에서는 공예품과 도자기에 구현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 특별전이 광양도립미술관,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나주 천연염색박물관에서 각각 개최된다. 여수, 구례 등 9개 시군에서는 주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대형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고, 해당 지역 화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온라인 비엔날레관에서는 가상현실에서 수묵을 보는 VR 전시관과 총감독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관, 온라인 도록, 오디오 가이드 등을 제공한다. 수묵 소재의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와 퀴즈 풀기 등 다양한 체험 거리도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참여형 이벤트로 관람객과 쌍방향 소통에 나선다.

행사 기간 중 놓치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은 9월 1일 개막식과 9월 25일 진도 운림산방에서 열리는 수묵노을 콘서트와 수묵 패션쇼다. 홍보대사 송가인이 함께 한다. 목포 수묵퍼포먼스 예술공연, 수묵작가와 인터렉티브 체험도 재미를 더해 준다.

올 가을 남종화의 맥이 흐르는 전남에서 국제수묵비엔날레를 통해 서로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길 기대해본다.

김병주 칼럼리스트  kaisre99@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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