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와서 새가 되어 간다’

한지로 동심과 모정, 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시회가 선보여 눈길을 끈다. 광주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열리는 한지 인형 작가 소빈의 12번째 개인전이다.

‘꽃으로 와서 새가 되어 간다’ 라는 테마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잘 만들어진 인형이 아니라 작가의 삶과 일상이 진솔하게 배어있고 때로는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게 남다르다.

과감한 인체 비례와 색감, 단순하지만 얼굴 안의 다양한 표정들, 분명 기존 한지 인형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년시절의 기억,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세계는 특히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모정을 일상을 접하면서 느낀 섬세한 생활감정으로 처리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꽃과 새, 나무를 통해 삶의 순환과 일상을 다양한 표정과 구도, 형태를 작품에 담고 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소녀의 미묘한 감정을 그린 ‘벼랑 끝에 서다’는 슬픈 듯 웃고 있는 표정에는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듯하다.

‘나는 갇혀있었네’, ‘나를 보았다’는 자기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자아를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을 그대로 담으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작가의 비판의식은 현대인의 자아분열을 나타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무엇이 됐던 그 틀과 제약을 깨고 나가야한다는 작지만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너에게 준다. 생명의 씨앗...’은 무엇인가를 갈구하듯이 가지런히 얹은 양손위의 새싹에는 새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의 모습처럼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희망에 대한 간절함이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소빈 작가는 남원 출신으로 전남대 미술학과 대학원에서 조소 전공, 원광대 조형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작품 ‘반추’로 2004년 대한민국 한지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봄은 온다, 서울인형전시회 ‘소빈이야기’, 엄마 꽃이 되다 등의 개인전과 중국 광저우 한스타일展, 한‧중 인문교류 특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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