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잘 쏴야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제. 주몽도 왕건도 이성계도 정조도 다 활 잘 쏘는 사람이제. 활을 잘 쏘면 최고의 남자, 힘과 권력을 지닌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 선비들도 반드시 활쏘기를 해야 했제.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에도 활로 일본군 깨부순 이야기가 많제. 그래서 활은 우리 강역과 정신문화 지킴이여. 민족 문화유산이제.

국궁 우리 민족의 필수 기예

근디 인자 활쏘기가 선택 사항이 됐고 놀이가 됐어.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활은 지역 유지들만 쏠 수 있었제. 명궁들은 활 쏘는 기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어. 사정에 입회하려면 심사도 하고 품성도 따지도 했으니 그럴 만도 하제. 활쏘기는 몸과 마음을 수양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됐제.

리우 올림픽 봤제? 우리 한국 선수들이 얼매나 활을 잘 쏘든가! 양궁은 우리 효자 종목이제. 그 양궁도 예전에는 궁도협회에 속해 있다가 분가해갔지. 그러니 양궁 밑바탕에 우리 국궁 정신이 있는 셈이제. 우리 국궁이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멀리 빠르게 나가니 빼어나제.

나는 활을 낸 지가 54년이 됐고, 관덕정에서 활을 쏘고 활을 만들고 있으니 활이 내 인생이제.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까지 활을 쐈으니 100년 활 가족이제.

여기서 나는 사범도 하고 사두(射頭)도 했제. 그리고 광산구에서 문양순 씨라는 분이 죽시를 제작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한 지방에서 활하고 화살하고 즉 궁허고 죽시를 모두 제작할 수 있는 곳은 광주밖에 없어. 광주 궁도인에게 큰 복이제.

관덕정은 화천기공 고 권승관 회장님이 많은 지원을 해서 이렇게라도 되았제. 1963년도 지었어. 사범이 사는 사택이 시중당(時中堂)인디 이것도 1967년 세워졌어. 1981년부터 나는 이 관덕정 사범으로 와서 어르신들 모시고 활을 배웠제.

활쏘기는 몸과 마음을 기르는 공부

내가 모셨던 임종남이라는 사범은 광주 출신이고, 아직 단 제도가 없어서 명예 초단이셨지. 전국에서 유명하신 분이었는데 1987년에 김해 전국대회에 나갈 때였어. 이 분이 활을 쏘면 눈이 안 좋으셔서 과녁에 맞추는 것을 관중(貫中)이라고 하는데 관중이 됐는지 잘 안 보이셔. 그러면 내가 고전(告箭)이라고 “사범님 화살이 왼쪽으로 2자 정도 빗나갔습니다.” 하면 “그래 알았어.”하고 그 다음 활을 내서는 꼭 맞추시곤 했지. 신궁(神宮)이셨어. 1988년 돌아가셨는데 이 분한테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

활을 쏘는 것은 과녁을 맞출려고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니야. 내 마음에 적중시키는 것이 활쏘기야. 그러려면 마음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해. 그것이 몸과 마음을 기르는 활쏘기의 대도(大道)야. 광주 어르신들은 활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정신적으로 가르치고 지도했지. 또 예의와 범절도 아울러 실천하라고 늘 말씀해주셨어.

요것이 국궁이여. 그리고 활 한가운데에 있는 이 손잡이가 쥠통이야. 여기를 잡는 것을 줌손이라고 하제. 엄지손가락 뿌리 부분에 줌통을 대고 앞으로 미는데 태산을 밀듯이 해야 해. 시위에 절피가 감겨 있는데 이곳에 화살의 오늬를 끼워. 살 먹인다고 하는데, 오뉘가 정확히 시위의 반절 부분에 와야 해. 이 자리에서 1mm만 엇나가도 살이 떨어진 곳은 1m가 엇나가.

오른손 엄지에 깍지를 끼고 엄지손가락은 구부려서 시위에 건 다음 잡아당기지. 엄지손가락 힘을 보조하려고 검지와 중지로 엄지손가락을 덮고 당기는데 이것을 깍지손이라고 해. 양궁하고는 이 방법이 달라.

그리고 활을 천천히 들어올려. 활의 맨 아래 양냥고자가 배꼽 아래 단전에 대져 있어야 해. 활을 이마 높이로 들어올리면서 단전에 숨을 들이켜. 허벅지에 힘을 주고 깍지손을 천천히 당겨 오른쪽 귓바퀴에 스치도록 해. 과녁에 정조준해서 발시를 해. 깍지손을 뗄 때는 궁도 9계훈처럼 ‘호랑이가 꼬리를 채듯이’ 해야 하지. 줌손을 뿌리듯이 화살을 뿌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뭣처럼 빠르다? 가는 세월처럼 빠르제. 시속 200km 정도 돼. 궁체는 활 쏘는 동작을 말하는디, 모든 운동이 폼이제마는 궁도도 폼이 중해. 나중에 고치기가 힘들어.

사랑과 덕행으로 본을 보여야

첫 화살을 5발로 1순(巡)이라고 해. 3순, 5순, 9순으로 경기를 할 수 있고, 단체전도 이렇게 하지. 승단도 이렇게 하는데 초단은 9순에 25중, 2단은 28중 이상, 3간은 29중 이상, 4단은 30중 이상, 5단은 31중 이상이야. 5단 이상은 각궁과 전통 죽시만을 써야 해.

궁도 9계훈이 있어. 정심정기(正心正己), 인애덕행(仁愛德行), 성실겸손(誠實謙遜), 자중절조(自重節操), 염직과감(廉直果敢), 예의엄수(禮儀嚴守), 습사무언(習射無言), 불원승자(不怨勝者), 막만타궁(莫灣他弓)이야. 불원승자는 승리한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막만타궁은 남의 활을 당기지 않는다는 뜻이야.

활을 한번 배우면 절대 그 멋을 못 잊어 평생 쏘게 돼. 스트레스 해소, 자세 교정, 불면증 해소, 위장병 해소에 좋아.

궁도에는 천재가 없어. 오래 쏜 사람이 가장 잘 쏘는 사람이야. 인내와 노력이 없이는 안 되제. 그리고 배운 대로 실천해야 해. 요즘은 젊은 여성분들도 건강 기할 겸 활을 쏘지.

궁도는 자기와의 대결

궁도는 자기와의 대결이야. 자기를 연마하고 자신과 대결하는 거지. 과녁은 곧 그 사람의 마음이야.

지금은 지자체에서 활쏘기 대회를 많이 열어. 전국대회가 1년에 40번 이상 있지. 전국체전 때문에 지자체에서 대표 선수들을 뽑아 활쏘기를 지원하고 있어. 광주에는 광산구 송무정, 중외공원의 무등정이 있고, 실업 선수들도 있어.

나는 평생 활을 쏘고 활을 만드는 일을 한 사람이라 죽기 전에 우리 광주에서 1억 정도의 예산을 만들어 국궁 전국대회를 멋들어지게 개최하고 싶어. 문화 축제 형식으로 열어 우리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도 알려줘야지. 내 호가 옥전(沃田)인데 옥토 만들라는 뜻으로 어르신들이 지어주셨어. 광주 국궁 문화 발전에 나도 조금 기여를 해야 할 것인디 잘 모르겄어. 관덕정에 아침에 오믄 늘 나를 만날 수 있어. 활 쏘로 한번 와봐봐.

대동문화 96호 [2016 9, 10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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