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치--익 폭!! 칙칙 폭폭 칙칙 폭폭”

전북 군산은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은 관광명소로 최근 떠오르고 있다. 수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자주 군산을 가봤다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는 숨은 명소가 있다.

바로 군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아주 가까이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터미널에서 약 1.3km 떨어져 있어 차로는 3분, 도보로는 20분 안으로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재는 기차가 다니지 않은 작은 철길마을이다. 신기하게도 동요 가사처럼 기찻길의 바로 옆에 오막살이를 하듯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시속 10km 기차가 바로 옆에 지나던 마을

철로와 집의 거리가 1m여 남짓 되는 사이를 비집고, 폐선이 된 철로와 일상의 삶이 어우러져 소박하면서도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철길마을에 들어서면 “80~90년대로 타임머신을 탔나?” 싶을 정도로 추억 속 사진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 곳곳에 놓인 연탄도 정겹다. 카메라 프레임에 한 번, 실제 눈에 한 번 풍경을 담으며, 경암동 철길마을을 한 번 걸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문만 열면 바로 기찻길이 뻗어있다. 기찻길에 서서 양팔을 벌리면 양 쪽으로 늘어선 집들이 손에 닿을 듯한 폭이다.

신기하게도 이 좁디좁은 골목길 사이로 기차가 다녔다.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기차가 지나다녔더라면 얼마나 위험할까 생각에 아찔해진다.

다행히 이곳은 시속 10km 정도로 아주 천천히 기차가 다녔다. KTX로 인해 전국 반나절권 시대에 접어든 현재로선 상상도 못할 느린 속도다.

사람이 걷는 속도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기차가 무슨 용도로 쓰였을까?

총 길이 2.5km인 이 철길은 1944년 4월 일 신문용지 제조업체인 (주)페이퍼코리아가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5~10량의 컨테이너와 박스 차량이 연결된 화물열차가 오전 8시 30분~9시 30분, 오전 10시 30분~12시 사이에 마을을 지나갔다. 마을 중간 차단기가 있는 곳과 없는 곳 모두 합쳐 건널목이 열한 개나 되었고, 사람 사는 동네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속도가 느렸다.

기찻길과 마을 일상이 뒤섞인 곳

기차가 지날 때에는 역무원 세 명이 기차 앞에 타서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쳐 사람들의 통행을 막았다. 그 사이 주민들은 밖에 널어놓았던 고추 등 세간을 들여놓고, 강아지도 집으로 불러들였다.

시속 10km 정도의 느린 열차는 2008년 7월 1일 통행을 완전히 멈췄다. 비록 기차는 사라졌지만, 소유의 경계가 없는 문과 벽, 빨래줄, 텃밭 등 고즈넉한 마을 일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눈을 감고 상상으로나마 당시 모습을 그려본다. 이 열차는 마을 이름을 따서 경암선이라고 불렸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의 무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지 등 사진 애호가들의 출사지로 더 유명하다.

폐선이 된 선로는 2.5km지만, 실제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은 진포사거리에서 연안사거리까지 약 400m 정도다. 길이가 생각보다 짧은 편이다. 이곳에 볼거리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노란 집을 찾으면 그곳이 경암동 철길마을 초입부라 할 수 있겠다.

많은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한 번씩 인증 샷을 남긴다. 경암동 철길마을의 포토 존이 아닐까 싶다. 너도나도 한 손에는 셀카봉을 들고 철길마을을 걷는다. 기찻길에 펼쳐진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낡은 집들을 보고 있으니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하다.

알록달록 칠한 옷을 입은 철길마을의 집들은 사진배경으로 딱 좋다. 철길마을 벽면 곳곳은 화물차의 풍경, 꽃그림 등 옛 생각이 나는 벽화들이 그려져 카메라 셔터를 저절로 누르게 만든다.

마을 곳곳 연탄 냄새 추억거리 가득

양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의 문도 다양하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문, 판자로 만든 문, 양철로 만든 문이 나란히 서있다. 문 앞에는 깨알같이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고, 고추를 말리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도가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문을 열어보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 집 앞 텃밭을 밟는 일은 없도록 하자.

거리에 나와 앉아있던 한 할머니는 “여그 찾아온 사람들이 하는 말이 밤에도 기차가 다녀부렀으믄 애덜은 솔찬히 낳았겄네라는 소리를 한당께. 근디 실제로 낮에 두 번만 다녔는디. 뭔소리를 한가 몰러~ 기차가 멈춘 지도 얼마 안됐어. 미국서 뜯으라 해야 뜯는다여”라며 “인자 여그가 유명해져부러았꼬 평일이건 주말이건 사람이 바글바글해브러. 이짝에서 영화도 2~3번이나 했당께”라고 애정 섞인 말투로 동네를 소개했다.

철길마을은 가벼운 산책과 데이트 명소답게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발걸음을 유혹한다. 작은 가게에서는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팔던 추억의 불량식품인 쫀득이, 쥐포, 아폴로, 밭두렁 등을 팔고 있어 먹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조금만 더 걷다보면 교련복과 한복 등 각종 옛날 소품을 빌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의상 대여점’이 반기고 있다. 청춘 사진관, 우리문방구, 기적의 편의점, 튀밥집, 방울부채 할매 관상집 등 요즘은 보기 힘든 이색적인 상점을 찾을 수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 인근의 또 다른 볼거리는 명산 사거리 방향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과 신흥동 일본식 가옥, 일본식 사찰 동국사가 있다.

내항사거리 방향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 옛, 군산세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 진포해양공원 등 명소가 몰려있다.

걷기 좋은 선선한 가을날, 연인과 가족과 함께 작은 카메라 하나 들고,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로 떠나보자.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