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 방방곡곡의 오래 됐다싶은 동네를 들어가 보면 벽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초등학교 근처 주택단지만 봐도 벽화그림으로 꾸며져 있는 곳이 많다.

이젠 벽화마을이 너무 많아져서 특별한 게 없으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이미 부산 감천문화마을, 통영 동피랑 마을은 가파른 언덕길에 있던 관심 밖인 달동네가 벽화 하나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전주의 대표적인 명소는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만 둘러보고 그냥 떠난다면 아쉬움이 남을 듯 하다. 전주향교와 마주 한 기린대교 건너편의 ‘자만벽화마을’을 산책하면 부족한 부분이 조금이나마 채워질 성 싶다.

인적 드문 달동네, 벽화로 되살아나

전주 자만동의 죽어가던 달동네가 벽화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승암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하나둘씩 모여 살면서 형성된 달동네였다.

떠나가고 잊혀져가던 이 자만마을에 현재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이 되면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자만마을은 지난 2012년 행정안전부의 둘레길 조성 시나브로길 사업으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주변의 한벽루, 오목대, 이목대를 잇는 곳에 자만마을 골목길 벽화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자만벽화마을은 평일에 찾아야 더욱 특별하다. 오로지 자만동 골목길만의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책하기 좋은 경치가 있는 곳이다. 사진 찍기도 좋다. 골목길의 매력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북적이는 것이 아니다. 한적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시간 때에 느낄 수 있다.

자만벽화마을은 1코스, 2코스로 나뉘어 둘러볼 수 있다. 면적이 그리 넓지 않아 1시간이면 족하다. 1코스든, 2코스든 마음 내키는 대로 천천히 걸어보자.

1코스는 높은 곳에서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며 걷는 코스다. 이목대부터 시작한다. 이목대→디저트 마켓→꼬지따뽕→자만동금표→두이모→게스트하우스길→이목대국수→오목오목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2코스는 아래에서부터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는 코스다. 오목오목에서 시작해 게스트하우스길→이목대국수→두이모→꼬지따뽕→디저트 마켓을 거치면서 좁은 골목길에 늘어선 벽화마을을 감상할 수 있다.

이목대, 자만동금표 함께 역사 느껴

자만동 게스트하우스는 낭만이 있는 하룻밤을 보내기에 딱이다. 2코스에서 시작한 경사진 계단을 오르고 나면 어부바 벽화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수고했어!”라고 말해 주는 듯 하다.

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튀어나온 듯한 가오나시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가 마중 나온 것처럼 기다리고 있다.

자만벽화마을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면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할 벽화그림이 온통 그려져 있다.

자만벽화마을을 찾으면 가까운 거리에 이목대와 오목대도 둘러볼 수 있다. 이목대와 오목대가 있는 현재 교동의 옛 이름이 자만동이었다.

오목대는 고려 우왕 6년(1380)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무찌른 이성계가 머물렀던 곳이다. 이를 기념해 고종황제가 직접 쓴 친필로 새긴 비석이 세워져있다. 이목대는 태조 이성계의 4대조인 목조대왕 이안사가 태어나 살았던 곳이다. 원래 오목대의 동쪽 높은 대지 위에 있다가 도로확장공사로 1986년 자만동 안으로 옮겨 세웠다.

또 벽화마을 골목길에 숨어있는 자만동금표를 찾는 눈썰미를 발휘해보자. 벽화만 바라보면서 꼼꼼하게 골목길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지나칠 수도 있다.

고종은 조선 왕조 선대의 삶의 터전이었던 자만동을 보호하고, 성역화하기 위해 금표를 세워 출입을 통제했다. 자만동금표는 조선말기 1900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벽화마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자만벽화마을은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돈다. 여기저기에 하트가 그려진 벽화와 남녀가 그려진 벽화도 많다. 달동네 삶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있고, 아기자기한 예쁜 벽화들이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자만벽화마을에 있는 가게 꼬지따뽕에 들러 전주 시내의 전경을 내려다보면 이 또한 묘미다. 꼬지따뽕은 후지다는 뜻인 ‘꼬지다’와 최고라는 뜻인 ‘따봉’이 합쳐져 ‘꼬진 곳의 최고’라는 재미난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볼거리가 있다면 먹을거리도 빠질 수 없다. 꼬지따뽕에서 가볍게 목을 축일 수 있는 ‘와따메 쓴 아메리카노’, ‘허벌나게 달달한 핫초코’, ‘오메 부드러운 카푸치노’ 등을 주문하면서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의 맛을 느껴보자.

전주하면 비빔밥이 아니던가. 자만벽화마을에서만 파는 전통과 현대가 섞인 비빔밥와플도 맛 볼 수 있다. 천천히 자만벽화마을만의 매력을 찾아 걸어보자.

●주변 볼거리: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전동성당, 오목대, 한벽당, 전주향교, 남부시장, 국립전주박물관

●걷기 코스: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한옥마을둘레길, 청년전주마실길, 덕진생태탐방길, 아름다운 순례길

●먹거리: 전주 비빔밥, 전주식 콩나물 국밥, 비빔밥 와플, 풍년제과 초코파이, 전주 한옥떡갈비

대동문화 97호 [2016 11,12월호]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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