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길게, 작성은 짧게’라는 모토는 십수년간의 언론계 생활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남은 나의 자산이다. 일종의 기사작성법이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문장작성법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생각을 길게 하라’는 말은, 어떤 사건이나 사안에 대해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하여 다각도로 심사숙고하라는 말일 것이다. ‘작성을 짧게 하라’는 말은, 간단명료하고 알아먹기 쉽게 작성하되, 최단시간 내에 작성하라는 말이다. 아마 마감시간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1980년대 후반 내가 언론사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맨 처음 선배에게 배운 것이 이 말이다. 물론 그 선배는, 그 선배의 선배로부터 배웠을 것이다.

이렇게 불문율처럼 면면히 이어져 왔을 기사작성법은 언론계 재직기간 내내, 그리고 언론계를 떠난 이후 지금까지도 내 문장작성의 기준으로 삼아져 왔다. 육하원칙(5W1H)에 입각한 사건기사뿐만 아니라 해설기사, 칼럼 및 논설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작성법을 염두에 두면 보탬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특히 1989년 5월 9일에 발생한 ‘조선대학생 이철규 군 변사사건’에 의문점이 많아, 법원검찰 출입기자들은 밤낮을 끙끙거리며 취재에 열을 올렸었다. 전남일보 사회부 기자인 나도 그 일원 중 하나였는데, 밤잠을 설치고 고심한 끝에 새벽에야 기사를 쓰곤 하던 기억이 새롭다.

이 사건은 1990년 상반기까지 근 1년을 끌면서 출입기자들을 반은 죽여 놓았었다. 이철규 변사사건은 아직까지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담당검사는 문세영, 광주지검 김각영 공안부장, 심상명 차장검사, 광주북부서 한강택 대공과장과 많은 검사들 및 기자들이 뇌리를 스친다.

‘이철규 의문사’는 ‘생각은 길게, 작성은 짧게’라는 교훈을 톡톡히 가르쳐 준 사건이었다. 그후 나도 수습을 받는 후배들에게 이 문구를 가르쳐 주었다. 아마 요즘도 이 원칙은 언론계에 면면히 흐르는 전통이 되어 있을 것이다.

최근 신변잡기을 쓰기로 결심한 이후 불현듯 이 문구가 떠올라, 선후배제현들에게 알리면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몇 자 적어 보았다.

정용화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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