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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들려오는 꽃소식 중에서 특별한 소식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전남대학교 교정에 있는 대명매(大明梅)다.

눈을 지붕삼아 핀 대명매

지난 정월 대보름날이다. 혹시나 피었을까 하고 전남대학교의 대명매를 찾아보았다. 무등산은 연이틀 내린 눈으로 새하얗고 교정에는 희끗희끗한 잔설이 남아있다. 멀리서 대명매를 보았을 땐 아직 겨울나무였으나 다가가서 보니 눈물방울 같은 꽃망울이 다닥다닥 달려있다. 그리고 그 중에 한두 봉우리 피어있으니 향기는 아직 없으나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다.

대학은 방학 중이라 한산한 풍경이다. 낯선 이국사람들이 눈 덮인 매화꽃을 보며 연신 카메라셔터를 누른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인디아라고 대답한다. 매화꽃과 인디아, 어쩐지 낯설기만 하다. 400년 전에 명나라에서 압록강을 건너 조선땅에 오던 대명매가 그랬을까.

광주의 명물이 된 전남대학교의 대명매는 월봉 고부천 선생이 1621년 명나라 희종황제로부터 받은 한그루의 홍매였다. 월봉선생은 고향인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에 식재하고 ‘대명매’라 칭했다. 그 후 1918년 고부천 선생의 11세손 고재천 박사가 1972년 전남대학교에 기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남대 교정에서 바라본 무등산

이른 봄 분홍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은은한 향기가 있어 예로부터 사군자(四君子)로 불리는 매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등장하는 매화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며 벚나무속(屬)으로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는 금실 좋은 꽃이다.

꽃이 필 때는 매화나무요 열매가 맺힐 때는 매실나무로 불리며 집집마다 마당가를 지키는 친숙한 나무. 이른 봄에 피는 매화는 조매(早梅), 추운 겨울에 핀다하여 동매(冬梅), 눈보라를 이기는 설중매(雪中梅), 봄소식을 전하는 춘매(春梅) 등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매실열매는 본격적으로 더위기 시작하는 유월에 수확하며 갈증과 설사를 멎게 하며 해독작용과 위, 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음식으로 널리 사용됐다.

또한 매화는 시와 노래, 그림 등으로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매우 친근한 소재이다. 매화나무에 한 쌍의 참새가 앉아있던 병풍(屛風)을 기억한다. 경기민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매화타령’을 들으면 누구라도 어깨춤이 덩실거린다.

흥과 한의 우리 민족. 어느 해보다 추웠던 지난겨울을 보내며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부끄러웠을 이 시대의 두얼굴을 보았다.

조선의 문장가 신흠(申欽. 1566-1628)이 쓴 7언 절구 ‘동매월류’ 중에서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을 읽으며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전남대학교의 대명매는 현재 세 그루가 나란히 서있다. 그 모습이 마치 사이좋은 형제와도 같고 어깨동무를 한 친구와도 같다. 늘 새꽃을 피우는 매화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이 시간을 지혜롭게 이겨내길 바란다. 아름다운 향기가 뒤따라 올 터이니.

동매월류(桐梅月柳)

신흠(申欽, 1566-1628)

梧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柳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