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호

광주 문화재자료 제25호로 지정된 김봉호가옥의 안내판에는 “이곳은 1940년대에 건립된 전형적인 농촌가옥이다. 농촌가옥의 구성요소인 안채, 문간채, 헛간, 우물, 축사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상류층 가옥에 비하여 손색이 없는 안채는 공간의 배치, 재료의 짜임이 뛰어나고 큰 다락이 있어 주목된다.

이 집은 건축사와 민속학의 귀중한 자료이다.“ 라고 적혀 있다. 문화재 돌봄업무로 인하여 지붕이나 벽체의 일부를 보수하고, 창호지를 바르고 마루를 청소하고 기름을 바르는 등, 자주 찾았으며, 노년의 김봉호 어르신을 직접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에 가옥안에 숨쉬는 그 분의 체취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안채의 특이한 점은 큰방과 대청, 그리고 건넌방위에 대형 다락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다락을 공루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공루는 1칸 정도의 규모이지만, 이곳에서는 3칸 모두를 공루로 사용하고 있고, 비교적 높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농촌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문화재로 지정되게 한 것이다. 나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세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광주에 있는 지정, 비지정 문화재 200여 곳을 관리하면서, 김봉호 가옥처럼 깨끗하게 정돈된 곳을 보지 못하였다. 배수로 안에 조그마한 이물질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방 이발한 것 같은 마당의 정원수의 아래 낙엽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는 한 점도 찾기 어려웠고, 마루는 금방 닦은 것처럼 깨끗했다. 초겨울의 어느 날, 우연이 가옥에 들렀던 나는 조그마한 깡통을 들고 정원수의 아래 있는 낙엽을 줍고 계시던 그 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구십의 나이에, 젊었을 때 당한 기차 사고로 평생 왼손에 의수를 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하고 있는 모습은 내 마음에 사진처럼 박혀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색이 바랬지만, 안채, 문간채, 헛간, 계사, 돈사, 잠실 그리고 우물과 집안 자료실이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게 된 것은 이처럼 날마다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마당 안에는 우뚝 솟은 굴뚝에다 각종 나무와 석조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각종 나무는 어린 묘목으로 심겨져 주인의 정성스런 손길로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삶의 공간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해 오셨다.

1990년대 후반 평화로운 농촌마을인 이곳이 대규모 택지 개발지구로 지정되고,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자, 가옥의 주인은 기쁨보다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자신이 평생을 걸쳐 가꾸어 온 이곳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보존할 방법을 찾아 고민 하던 중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여기고, 자발적으로 시청을 찾아가 요청하여, 마침내 특이한 가옥구조와 농촌가옥의 구성요소를 잘 갖추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문화재가 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엄청나게 가격이 오른 가옥을 팔고, 더 좋은 곳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가옥의 주인은 생을 마감하는 그 날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자신의 삶의 공간을 정성을 다해 가꾸고, 사랑하였기 때문이리라! 1952년 10월24일부터 2018년 10월까지 하루 빼지 않고 66년 동안 기록한 일기장이 가옥 안에 있음을 아는 이가 있을까?

일기장 안에는 농사일에 관한 것, 혼인이나 출생 등이 있고, 무엇보다도 가옥의 수리 과정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평소 만나 뵐 때 마다, 일기 쓰는 것이 중단되지 않고, 100년을 채웠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는데, 아드님이 연결하여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가옥에 대한 사랑이 식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가는 소망의 표시가 아닐까? 가옥안의 마당에는 주인처럼 소담하게 생긴 금목서가 자라고 있다.

겨울 내내 푸른 잎을 자랑하며, 9월경에 꽃이 피는데, 그 향기가 얼마나 좋던지, 향수의 원료로 쓰이며, 천리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옥의 주인의 향기가 금목서처럼 담장을 넘어 넓고, 멀리 퍼져나가기를..

김귀백 시민기자  gasun61.@never.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