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경번의 첫 소설집 '화담'

경번(본명 신은하)의 첫 소설집 『화담』이 발간됐다.

이와 관련 오는 11월 30일(토), 오후 5시-7시까지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청년문화공간JU' 1층 카페에서 '책과 음악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경번의 북 콘서트가 열린다. 행사 참여자는 김대성 스테파노의 축하무대를 함께 즐길수 있으며 경번의 첫 소설집도 받을 수 있다.

소설가 경번은 글쓰기, 문학, 독서, 영화, 사진(통합매체)을 활용한 심리상담을 가르치면서 상담사이자 치유사, 소설가로 활동하는 경번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또한 임상심리상담을 전공했다.

경번의 소설은 소금이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 더 쓰리고 따갑다. 상처가 난 자리가 어딘지 깨닫게 하고 다시 보게 만든다. 아파서, 아픔을 직시하며 한바탕 울게 만든다. 울고 나면 다시 잘 싸매어 깊은 곳에 넣어놓고, 잘 넣어둔 상처를 곱씹어, 칡뿌리가 계속 씹으면 단맛이 나는 것처럼 달아진다.

치유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치유는 자신 안에서 상처를 씹고 씹어 달아질 때 시작된다. 세상의 많은 슬픔 중에서 온전히 나만이 위로할 수 있는 슬픔도 있다. 그러므로 나로부터 출발해서 내 안에서 끝내는 치유야말로 가장 온전한 치유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고통은 자기 자신을 통해서 달래진다. 이 책은 그러한 치유를 위해서 나왔다.

'마침내 서서히, 빈집', '사우다드', '화담', '진흥토끼풀밭에 밤이 내리면', '연화, 마주치다', '너를 기억한다','굿문', '시인의 까망 이슬' 등 총 7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은 마주하는 절망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강렬하게 염원하는 마음이 녹아있다. 깊은 막장의 심연에서 채굴해 올린 그녀의 언어는 유독 꽃의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그 쓰디쓴 진창에서 피어난 꽃 같은 언어들이 여러분의 영혼을 어루만질 것이다. 겉으로는 강렬한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집은 강력한 최면제의 역할을 하며 삶을 위로한다.

◆ 사람들은 언제나 무엇인가 거창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 기사들을 읽고 사람들은 사실과 진실을 누구에 의해 평가받고 증명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자네들이 글과 말이라는 부채를 들어 바람을 일으키고 그렇지 않을까? 아무쪼록 자네가 뭐 대단한 전통적인 기자다움보다는 내 편다움으로 어디서나 소직한 사람이길 바라네. - 「화담」

◆노송에 줄기를 타고 긴 이파리 사이사이마다 황금색 꽃들이 주렁주렁 풍경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는 듯하네. 바람이 불면 수많은 풍경 소리가 들리는 듯한 흔들리는 나뭇가지 선율, 그러다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는 날이면 화단과 마당에 황금빛 통 꽃들이 융단을 깔았다고 하니, 낙화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겠구만. 참으로 처연한 그 모습은 동백꽃이나 석류꽃의 낙화에 못지않았을 것 같아. -「화담」

◆“살다 보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슬패할 때가 많아. 간호 염오할 때도 있지만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희미하게 남아 있는 거잖아. 인간에 대한 어렴풋한 애정이 너를 지탱해 줄 거야.” -「너를 기억한다」

◆수직으로 쏟아지는 팔월의 했볕은 따가웠지만 연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감미로웠다.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속이 훤하게 트이는 듯했다. 한차례 지나간 소나기는 또 다른 별세계를 보여주었다. 초록 연잎위에 수많은 흰 물방울들이 부딪혀 깨어지고 굴러 떨어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연목가를 거닐면서 어느덧 실망 대신 황홀한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연화, 마주치다」

경번의 북 콘서트가 오는 30일 열린다.

경번은 먼 길을 돌아와 읽고 쓰기의 수난을, 백지에 문장을 쏟아내는 일을 기어이 하고 있다. 그에게 쓰는 일은 어느새 하고 싶은 것들에서 우선순위가 되었다. 그는 ‘책이 가진 운명에 따라 그 누군가에게 가 닿았을 때 부디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경험만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1995년 한국여성문학상, 2020년 〈문학과의식〉 신인상을 수상했고, 소설 동인집〈신소설〉에 참여작가로 활동했다. 「화담」은 2024년 11월 9일 다시문학에서 출간되었으며, 총 256쪽 분량이다. 정가 1만 7천 원이다.

장수진 기자  jangsujin71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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