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엔 종달새 울음소리와 함께 뽕밭을 누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뽕은 오래토록 사랑이었고 아름다움이 깃들어있고 늘 젊음의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들녘에 보리가 패기 시작할 무렵 뽕잎이 돋아나고,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갈 때 오디가 까맣게 익어간다. 요즘은 뽕밭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예전엔 동네마다 뽕밭이 있고, 그 뽕밭에서 익어가는 오디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매력적인 간식거리였다.

최근엔 오디의 다양한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디를 찾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오디를 특화하여 주민 소득 증대에 큰 몫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뽕도 따고 건강도 챙기고

올 봄엔 뽕을 이용해 차도 만들어 보고 오디를 생과로, 혹은 주스로 먹거나 잼을 만들어 맛과 함께 건강도 챙겨보기를 권한다.

오디는 전라도를 비롯해 충청, 경상도에선 오돌개라 부른다. ‘오돌개’는 까맣게 익을 때면 딸기처럼 오돌오돌한 모양을 보이고 있어 오돌개라 하지 않았나 추측이 된다.

이런 오디의 까만 색소는 안토시안 색소로 노화 억제뿐만 아니라 망막 치료 및 시력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오디에는 이 까만 색소가 1.15%나 되는데 이는 포도주용 포도가 0.05% 함유된 것에 비하면 23배나 많이 들어있어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즉 다른 과일에는 껍질에 주로 포함되어 있지만 오디는 과육 전체가 안토시안 색소로 이뤄져 있다. 안토시안 덩어리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오디에 들어있는 까만 색소는 비타민E보다도 노화 억제 효과가 5~7배 높다고 한다.

노화 억제 효과 비타민E의 최대 7배

동양에서는 오디를 뽕나무의 정령이 모인 곳으로 보아 당뇨와 오장에 도움이 되고 오래 먹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시력을 좋게 해주며, 정신을 맑게 하여 총명하게 해준다고 한다. 특히 오디 환을 먹으면 백발을 검게 만든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은 아들이 대입 재수를 하는데 오디즙을 매일 먹여 피로를 모른 채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 의대를 보냈다. 그 분은 오디의 효능에 빠져 시골 땅을 경매 받아 오디를 재배하고, 최근에는 오디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인의 경험이 강력한 마케팅 소재가 되어 사업을 곧잘 하신다.

문학적으로도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소재가 된 그리스로마 신화에 뽕 이야기, 즉 오디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피라모스와 티스베’ 이야기다.

바빌론의 청년 피라모스는 이웃에 사는 처녀 티스베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양쪽 집안은 사이가 좋지 않아 이들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양쪽 집 담벼락에 생긴 틈새로 주위의 눈을 피해 몰래 사랑을 속삭이다가 함께 도망가서 살기로 결심하였다.

어느 날 새벽에 집을 나선 처녀 티스베는 약속 장소인 뽕밭이 있는 왕릉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중에 사자를 만나게 된 티스베는 황급히 동굴에 숨다가 베일을 떨어뜨렸다. 방금 먹이를 잡아먹어 입가에 피가 묻은 사자는 땅에 떨어진 베일을 발견하고는 갈기갈기 물어뜯어 찢어놓았다.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슬픈 사랑 이야기

티스베보다 약간 늦게 그곳을 지나가던 청년 피라모스는 피 묻은 채 찢겨진 티스베의 베일과 사자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티스베가 필시 사자에게 먹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오해하였다. 피라모스는 슬픔에 겨워 사자와 싸우면서 뽕밭을 온통 피로 물들이고 그녀와 만나기로 한 뽕나무 밑에서 목숨을 끊고 만다.

한참 뒤 동굴에서 나와 뽕나무 밑을 지나가던 티스베는 죽은 연인 피라모스를 발견한다. 앞뒤 상황을 헤아리게 된 티스베는 피라모스의 칼을 집어 들어 사랑하는 연인의 뒤를 따르고 만다.

그 뒤 그들의 피로 적셔진 뽕나무 열매 오디는 이때부터 검붉은 색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까만 오디에 이런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지금도 터키 등 중동 지역에는 하얀 색 오디가 있고 최근엔 국내에도 도입되어 일부에서 재배되고 있다.

한편 동양에서도 옛날에 선비들이 집에서 새를 보고 싶으면 집안에 뽕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새들이 가장 좋아 하는 먹이가 오디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앵무새 등의 고급 새 먹이로 오디를 최고로 친다.

뽕은 신이 내린 나무, 오디의 위대한 효능

오디가 익을 무렵 뽕밭에 가면 산까치를 비롯해 새들의 놀이터라 할 만큼 많은 새들이 뽕밭을 누비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듯 새들이 오디를 좋아하니 오디를 먹고 그 씨앗을 산속에 배설물로 남겨서 자라난 것이 산뽕이다. 지금 생각해도 새를 부르기 위해 뽕을 심는 선비의 마음이 부럽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오디를 찾아 뽕밭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연록의 뽕잎 사이에 까만 오디를 찾아 부지런히 손을 놀리다보면 어느덧 입 주위가 까맣게 변하는 것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즐겁게 웃을 일이다. 뽕, 알면 알수록 유익하고 즐기지 않을 수 없는 ‘신이 내린 나무’임에 틀림없다.

뽕에 관한 팁을 드리자면, 오월엔 어린 뽕잎을 상추처럼 쌈을 해도 좋고, 살짝 데쳐서 취나물처럼 무쳐서 먹어도 좋다. 또 깻잎처럼 장아찌를 담가먹어도 좋다. 주당들은 오디로 술을 담가 연중 즐기는 것도 하나의 낙일 수 있다. 이렇듯 가능하면 뽕을 많이 먹어 건강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대동문화 82호 [2014 5,6월호]

강기운 뽕 전문기업 동의나라 주식회사 대표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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