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웅크리고 잠에 취한 대지가 기지개를 켠다.

육중한 대지의 뼈마디 관절마다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난다.

여기저기서 봄이 오는 소리가 요란하다.

봄까치꽃이 가장 먼저 눈을 뜨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온 대지를 뒤흔들어 깨운다.

넓게 펼쳐놓은 푸른 융단에 흩뿌려 놓은 별무리처럼 반짝이는 빛으로 이웃들에게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참, 오지랖 넓고 부지런한 꽃이다.

봄까치꽃의 본래 이름은 개불알꽃이다.

꽃이 지고 난 열매의 모습이 개불알을 닮았다하여 붙여졌지만 이름과 달리 쪽빛 별무늬의 꽃은 앙증스럽고 참 아름답다.

담장 밖으로 고개 떨구며 잠에 취해 있던 영춘화는 봄까치꽃과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병아리 부리 같이 귀엽게 생긴 샛노란 꽃으로 눈인사를 한다.

온 대지가 곤히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홀로 불침번을 서오던 동백은 눈이 시리도록 붉고 아름다운 꽃송이를 뚝 떨어뜨려 따스한 온기를 불어 넣는다.

대지는 더욱 꿈틀거리며 기운생동한다.

버들강아지는 심신계곡 맑은 물에 머리를 감고,

홍매, 청매, 백매는 소쇄한 향기를 내뿜으며 고고한 선비의 귀품을 드러낸다.

날로 푸르름을 더해가던 보리 싹은 보릿고개를 잊게 하고 .

대동문화 93호 [2016 3,4월호]

라규채 사진작가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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