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시를 쓰고 있는 김용하 작가는 우선 광주의 큰 스승이다. 40여 년간 교직에 헌신했던 그는 2012년 모교인 광주고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한 다음 못 다한 문학 활동에 힘써 동참하고 있다. ‘시민과 동행하며 소통하는 문학’운동으로 문학의 향기를 누리에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2014년 광주시인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지하철 역사 등에 시집비치와 더불어 시낭독 운동, 시집 나눠주기 운동 등 ‘시사랑 시민운동’에 앞장서 왔다.

특별히 ‘시집 나눠주기 운동’은 문학 나눔의 좋은 예가 됐다. 문예지의 독자층이 얇은 현실에서 “독자가 없는 작품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집과 문학책을 시민에게 직접 나눠주게 됐다. 광주 시인협회가 2014년, 2015년에 시민에게 무료로 배포한 시집만 3천여 권이다. 또한 시집을 펼쳐 읽기만 해도 되는 시낭독 운동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문정공 하서 김인후의 피가 흐르다.

어화 버힐시고 낙락장송 버힐시고 / 저근덧 두던들 동량재 되리러니 / 어즈버 명당이 기울거든 무엇으로 바치려뇨

김용하 작가는 동방 18현 중의 한 분으로 도학, 절의, 문장의 3위 일체가 되어 정조대왕 때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된 하서 김인후 선생의 14대손이다. 광주고와 조선대 경제학과, 전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직에 헌신한 것은 선비의 집안에서 성장한 덕분이기도 했다.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선비집안의 엄한 예의범절과 가르침 속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삼가며, 조상의 숨결을 간직하고자 노력하였다.

고흥중학교를 비롯하여 함평 월야고등학교, 전남대 사대부설 중·고등학교 등에서 교사로 근무했으며, 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도덕 교과서 편찬위원, 한국교원대학교 출강과 광주교육연수원에 15년간 연속 강의, 광주국공립교장 협의회장등을 역임하고, 전남대 사대부고에서 교감, 두암중과 풍암중 교장을 거쳐 모교인 광주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정년을 맞았다. 퇴임한 후에도 현재까지도 조선대학교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서 후배 교사 양성에 기여하며, 연 320여회의 외부 초청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문학의 시작은 고흥 금산 중학교에 근무 할 때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에 수필을 기고하여 게재 된 것을 시작으로 각종 신문과 잡지 등에 작품 기고활동을 하다가, 1994년 한국시에 수필로 등단을 하기에 이른다. 또한 2010년에는 현대문예 시부문의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와 수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가슴으로 바라본 세상’을 살다.

김용하 작가는 수필작품을 엮어 ‘가슴으로 바라본 세상’(2011.예원)을 출간했다. 노창수 평론가는 “고향, 부모, 교육 등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삶의 철학이 배어 있는 수준 높은 글이다.”고 평가했다.

세상을 머리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바라본 것들, 한사람의 원초적인 서정과 삶의 철학을 글을 통해 만났다. 그는 “삶의 철학과 자연을 음미하는 사색적인 글이다.”며 “쉽고 감성적으로 음미하도록 배려했다.”고 소감을 말한다.

15년 만에 책 한권이라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오랫동안 푹 담궈 삭혀 낸 장맛과 같이 글을 부단히 살피고 선별하는 마음, 오랜 세월 글을 품고 글을 써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자신의 발걸음소리 조차 정밀하게 듣는 가슴을 열어 보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광주일보의 광일춘추 집필과 전광일보 논설위원 등으로 80여회 칼럼을 써왔다. 광주수필, 영호남수필문학, 광주시인협회, 광주문인협회, 국제PEN클럽, 귀향문학, 현대문예, 시류문학, 장성문학 등에도 함께 했다. 최근에는 호남시조시인협회에도 동참하여 시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활동이 다양한 것은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마음을 열고 달려가는 김용하 작가의 적극적이고 호방한 기질에 있다.

김용하 작가는 ‘천진암에서’라는 수필로 영호남수필문학대상을 받았다. 또 광주문학상, 광주예총공로상, 덕천청소년선도대상, 장원사도대상과 황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했다.

그는 “수필은 삶과 자연에 대한 느낌과 감동을 내면에서 재조명하는 관조와 음미를 거처 언어적 조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고 말했다. 또한 “시는 간결하며 절제된 언어로 운율과 은유의 매력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시조는 전통적이며 정형화된 언어의 정제 속에서 운율의 묘미를 추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김용하 작가는 현재도 500여편의 시를 써놓은 다작 속에서도 쉽게 밖으로 내놓지 않고 삭히고 있다. 그의 시세계는 서사적 서정시를 추구하고 있다. 너무 난해하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면서도, 자연과 인생, 삶의 철학이 깊숙이 배어 있어 큰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들이다. 특히 그는 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 않았는가. 그의 작품을 만나본다.

-암벽은 만고에 침묵하나 유수는 스쳐 어루만지니

정과 동이 일체로구나- ‘비 내리는 적벽’ 中에서

-매일 익숙한 소소한 것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당연하면서도 엄청난 축복- ‘신새벽’ 中에서

-결코 일어서지 않는다

나를 밟아 뭉개는 숱한 발길 속에서

존재의 희열이 솟구친다- 시 ‘길’ 中에서

김용하 작가는 말한다. “우리들이 느끼는 행복하고 보람찬 삶의 길은 사람들이 많이 밟을수록 존재의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그의 활동은 봉사와 헌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가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동행하는 문학’이다. 특수한 엘리트문학이기보다 작품의 대중화 즉, 누구나 쉽게 읽고, 쓰고, 즐기는 세상, 작가와 독자가 문학이란 매개체를 통하여 허물없이 소통하길 바란다. 모든 시민이 문학을 즐기고 그 향기를 느끼는 풍토를 조성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기도 하다.

“문학은 언어를 가지고 인간과 우주의 모든 것을 다루는 고고한 일이다. 문학인은 최고의 지성인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늘 따뜻한 휴머니즘을 품고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 서야 한다. 자신의 문학을 통해 스스로 즐기고 자신의 활동으로 남을 행복하게 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김용하 작가는 광주시인협회 회장을 성공적으로 역임하고, 지난 여름에 500여명의 회원을 가진 현대문예작가포럼 회장에 추대되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첫째 광주문단의 오랜 과제인 문학인 상호간, 문학단체간의 소통과 대동단결을 위해 노력한다. 둘째 문인 상호간의 상경하애(上敬下愛)에 바탕을 친목 도모와 시와 음악이 있는 소통의 문학공간 확보. 셋째 시낭송과 문학구절 낭송운동, 문학서적 읽기운동 및 문학서적 무료배포 운동의 전개로 문학의 저변 확대 등을 제창했다.

아직도 월터 페이터의 산문을 좋아하는 영원한 문학청년, 김용하 작가를 만나고 나오는 길은 가을비에 젖은 불빛들이 수천의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라는 김용하 작가의 좌우명이 가슴으로부터 스며들었다.

대동문화 97호 [2016 11,12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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