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을 벌이자’라고 말하면 대개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놀거나 행사를 벌이는 정도로 생각한다. 굿판은 무당굿을 말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도시축제의 한 행사로 벌이는 놀이성의 굿판을 가리키기도 한다.

지난 8월말께 올해로 8회 째 광주에서 열린 ‘예술난장 굿판’이 대표적인 예다. 광주예술난장은 굿이 가지고 있는 여러 요소의 융합, 즉흥성, 판을 통한 공동창작, 현장성, 난장을 통한 집단신명, 나눔의 정신을 담은 축제로 진행됐다. 오늘날 굿은 이렇게 퍼포먼스의 형태로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문화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현대의 굿판으로 인해 이제는 굿이 ‘볼거리’를 뜻하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굿은 우리에게 있어 (원시)종교의 하나이거나 무당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전통적인 집단행위이다. 굿은 서민들의 문화와 그들의 의식구조를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무당굿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계승 보존하고 있다. 무속행위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보듬은 중요한 문화자원이기 때문이다. 굿은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나라 굿부터 마을의 풍년 기원이나, 어업과 같은 특정 분야의 굿, 개인이 하는 조상굿 등 다양하다.

신과 소통하는 전통 종교의례

굿을 하는 사람들을 대개 무당이라 부른다. 무당은 무속의 종교의례를 대행하기 때문에 굿에서 사제자(司祭者) 노릇을 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가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무당이 되려면 전문적인 학습과정을 거친다. 신병(神病)의 의한 강신체험을 거쳐 무당이 되기도 한다.

무당은 무업을 세습하는 세습무와 강신체험을 거쳐 학습 받은 강신무가 있다. 세습무는 한강 이남, 강신무는 한강 이북지방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강신무 굿에서는 무당은 신을 불러들이는 존재이면서 때로는 신의 역할을 대행한다. 이 때 무

당은 방울을 흔들며 ‘신들린 말’을 한다. 이를 공수, 공줄, 공반이라고 하는데 신의 말[神語]이라는 뜻이다.

세습무 굿에서는 청중을 중요시해 예술성이나 연희성을 강조한다. 무당이 신과 인간의 중간에서 인간을 위해 신에게 빌고 신을 즐겁게 해주는 형식인 것이다. 세습무에서는 공수보다는 노래와 재담, 춤이 비중이 크다.

굿을 벌일 때는 무가(巫歌)와 무악(巫樂)이 따르고 무당은 거기에 걸맞은 무구(巫具)를 사용하고 무복(巫服)을 입는다. 또 굿에 필요한 소품을 마련하고 무신도(巫神圖)를 걸기도 한다.

무신도는 무속에서 섬기는 신을 그린 그림이다. 종교적인 신성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창호지를 칼로 조각하듯 하나하나 뜨는 작업을 통해 부처님이나 삼신, 악귀를 물리치거나 잡아가두는 다양한 모습 등을 만들어 제단에 걸어둔다.

굿 소품 가운데 명두, 신칼 등 대를 이어서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한 번 사용하고는 태워버리기도 한다. 버리는 것에는 종이로 만드는 꽃이 가장 많다. 꽃은 굿상이나 굿당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데 쓰인다. 무구는 무당이 굿할 때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악기와 신칼, 작두 등의 도검류와 엽전, 산통 등의 무점구 그리고 방울, 지전, 부채, 오색기 등이 있다.

무복은 무당이 입는 의례복이다. 신복, 입석, 신입석, 신령님옷이라고 하는데 중북부지역은 조선시대 관복을 바탕으로 하고 호남지방은 무복이라 할 만한 별도의 의례복이 없이 평상복(전통한복)을 입는다.

무등산 무당들이 내려왔다

광주의 옛 사람들은 흔히 무등산을 무당산이라고 불렀다. 무등산의 무당에 관한 기록은 정약용(丁若鏞)의 <유서석산기(遊瑞石山記)>에 나타난다. 무등산의 영험함에 의지한 무당들의 의례 행위는 현대에 들어와서도 행해진다. 그러나 1972년 5월 22일 무등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군데군데 흩어져 있던 무당집인 무허가 건물들은 정비 차원에서 철거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광주지역의 굿당은 얼마나 될까. 몇몇 연구자료와 굿당 관계자에 따르면 대략 30여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표인주(2010)는 <광주굿의 지속과 변화양상>에서 11개 굿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산제당(소태동), 석불사(2수원지), 여신당(전망대), 만덕사(대덕), 보덕사(대덕), 단군사(화정동), 수선사(광주댐), 용천사(소태동), 우성암(향등길), 화암사(각화동) 등이다.

전통굿에 가까운 세습무 굿으로 이장단 몸주천도굿, 이장단 유삼례의 씻김굿, 이상조 씻김굿이 있다. 이장단과 유삼례의 굿은 전형적인 세습무당으로서 전라도의 씻김굿 절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세습무와 강신무가 결합한 굿은 김영주 망자혼사굿, 이경화 내림굿, 이정님 내림굿, 김경희 동토굿이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당주무당과 청송무당의 관계 속에서 굿을 진행하고, 악사를 갖춰 굿을 진행한다.

강신무와 법사의 굿으로 안희정의 재수굿, 김보살의 재수굿, 이보살 천운맞이굿, 정은숙의 홍수맥이는 선굿과 앉은굿의 결합으로서 굿거리의 절차가 단순하고, 법사의 역할이 상당 부분 강조되어 있다.

표인주는 앞으로 광주굿은 점차 법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주굿은 예술성이 약화되고 주술성만 강조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무가(巫歌)의 축소, 무무(巫舞)의 조잡, 무악(巫樂)의 생략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무당의 예술적인 소양이 부족하거나, 재가집의 요구, 굿의 연행시간 축소, 비용 절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했다.

예전 같으면 굿은 밤새도록 했다. 씻김굿은 보통 8시간 정도 걸리는 데 요즘은 무대 굿이 많아지면서 시간도 3~4시간 정도로 줄어들었다. 굿을 비는 사람들도 지치기 때문에 시간이 줄고 있다고 한다.

전문 굿당이 자리잡아가는 추세

이영금(2008)의 <내림굿의 굿거리 형성 과정과 특징>에서 광주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굿 수요자층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순천과 영암, 진도, 해남 지역에서 활동하던 무당들이 광주로 옮겼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6.25 이전만 해도 호남지역은 세습무들의 독점권역이었다. 최근 무속환경이 바뀌면서 강신무 계열의 보살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굿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장소나 가정집, 마을의 제당에서 주로 행해졌다. 최근에는 도시화로 인한 아파트 등 주거지역 밀집에 따른 소음 민원, 굿에 대한 종교적인 인식의 변화 등으로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에 전문적인 굿당이 생겨나고 있다.

굿당은 무속인들의 기도도량이면서 굿을 하는 전문적인 장소이다. 굿당은 예식장이나 장례식장처럼 장소성을 갖는다. 이들은 굿당을 산제당(山祭堂) 도는 도당(都堂)이라 하고 당주가 전체적인 관리를 맡는다.

광주시 동구 소태동 보성사 산제당의 당주인 명진 대표는 “우리에게 굿을 해주느냐는 문의전화가 오고 있는 데 직접 굿을 하지는 않고 굿을 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을 관리하고 신 제자인 보살이나 박수 등이 와서 기도나 굿을 할 수 있도록 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굿이 미신일까. 얼마 전 서울지방법원은 굿을 통해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무속인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굿은 논리의 범주에 있다기보다 영혼·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라며 “의뢰인이 어떤 결과 달성을 요구하기보다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판단했다.

굿당에서 만난 이근화(57) 법사는 “일부 무당으로 인해 굿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어느 종교에서나 발생하는 사건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언론이 무속에 의한 ‘문제’를 유난히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굿을 하는 보살집은 약 500여 곳에 이르고 남자 무당인 박수는 150여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법사는 남자 무당을 가리킨다.

이 법사는 기독교나 불교는 우리 사회의 고등종교로서 역할을 하지만 샤머니즘에서 출발한 굿은 원시신앙의 한 형태이며 고등종교처럼 조직화가 안 되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굿은, 다른 종교와 같이, 사람이 갖고 있는 잠재성을 끌어내거나 자기최면 카타르시스 등을 통해 자기 치료효과를 경험하거나 만족을 갖도록 하는 측면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동문화 97호 [2016 11,12월호]

정인서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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