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꽃

백일홍을 우리말로 배롱나무라 한다. 배롱나무의 꽃이 반드시 100일 동안 피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꽃이 대체로 10일을 넘기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배롱나무의 꽃은 여름 내내 피니 거의 100일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꽃은 한 송이에서 오랫동안 피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꽃이 원추상의 꽃차례를 이루어 차례로 핀다.

부처꽃과로 중국에서는 자미화로 즐겨 부른다. 특히 당나라 현종이 배롱나무를 아주 좋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업무를 보던 중서성에 배롱나무를 심고, 황제에 오른 개원원년에 중서성을 '자미성'으로 고쳤다. 이처럼 당 현종이 이름을 바꾼 것은 예부터 제왕의 별을 '자미성'이라 불렀기 때문이다.

배롱나무는 손톱으로 나무를 긁으면 모든 가지가 움직여 간지럼 타는 듯하다 해서 '간지럼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나무껍질이 워낙 매끈해서 원숭이조차도 미끄러진다는 것으로 '후랑달수' 라고도 하며, 이 나무가 뜰에 가득하다는 뜻의 '만당화'라는 이름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배롱나무가 언제 들여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가장 오랜 나무는 부산 양정동 배롱나무(천연기념물 제168호)가 팔백 살이다. 고려 태조 왕건을 위해 목숨 바친 대구 신숭겸 장군 유적지의 배롱나무 꽃은 충심을 드러내는 '단심'이다. 일편단심은 곧 배롱나무 꽃과 같은 붉은 마음이다.

배롱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껍질이 없다. 즉 겉과 속이 같은 나무다. 무덤가나 사당 근처에 배롱나무를 심는 것도 이런 특징과 무관하지 않으니, 우리 선조들은 이 나무를 부귀영화를 주는 나무라고 믿기도 했다. 도장사 터가 있는 담양의 명옥헌원림에도 해마다 팔월이면 붉은 배롱나무 꽃이 장관을 이룬다.

담양 명옥헌원림의 배롱나무 꽃

배롱나무는 옛사람들도 아주 좋아했다. 고려 말 목은 이색도 배롱나무에 반해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푸르고 푸른 솔잎은 사시에 늘 푸른데/ 신선의 꽃 봉우리 백 일 동안 붉게 핀 것 또 보네/ 옛것과 새것이 서로 이어 하나의 색으로 바뀌니/ 조물주의 교묘한 생각 헤아리기 어려워라"

참고 <강판권/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이근섭 기자  rmstjq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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