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 만들어나가는 마을 이야기 발굴 사업. 마을기업에도 취약 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 바우처 사업이 공유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아니 무슨 연극을 가지고 마을기업을 만든다고 하는 거죠?” 내가 활동했던 극단의 유휴 인적 자원을 활용한 마을기업 공모를 하고 심사를 위한 설명회에서 심사위원 한 분이 하신 말씀이다.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된장을 팔고 어르신들이 모여 팥죽 식당을 운영한다는 마을기업은 들어 보았어도 ‘연극하는 사람들이 무엇으로 마을기업을 만들까?’라는 의구심 반 호기심 반으로 참석한 심사위원들은 의아해했다.

“하나 정도 아니 문화도시 광주에 반드시 있어야 할 마을기업, 바로 이런 모델이 아닐까요?” 라며 나는 나대로 열띤 설명을 하였다. 설명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내심 개운치 않았다.

마을 스토리텔링 기록화 사업. 마을기업은 수익 사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사업을 벌여나간다.

특화된 문화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을까?

그로부터 며칠 후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청하신 사업이 마을기업 공모에 선정되었습니다.” 심사를 위한 설명회를 통해 특화된 문화콘텐츠로 지속가능성과 사업의 진정성을 열정적으로 제시했던 것이 받아들여진 것일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연극을 소재로 아파트 ‘마을 연극 교실’(소극장)을 인큐베이팅할 것이다. 주민 주도로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 공간에 소극장을 만들고 공부에 찌든 아이들을 소극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방과후 연극교실, 연극 체험을 통한 힐링이 이루어질 것이다.

저녁을 먹고 ‘엄마 우리 연극 보러가요.’라며 아이들은 부모를 보채가며 걸어서 동네 소극장으로 연극을 보러 올 것이다. 주부들은 연극 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연극을 만들고 무대에 설 것이다. 문화생활을 향유하지 못하는 취약계층 주민들과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할 것이다.

동네 공원에서만 놀던 유치원생들을 위한 인형극과 그림자극 같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이 관람하도록 할 것이다.

지역의 가난한 젊은 연극인들이 사업장에 입주하여 상주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해 나갈 것이다. 문화도시 광주에 하나쯤 있으면 참 좋을 연극하는 ‘아파트마을 소극장’ 마을기업이 드디어 탄생한다! 이러한 상상들을 꿈꾸고 있다.

문화예술인은 평생 비정규직

바쁘다는 핑계로 활동하던 극단의 운영에 관심을 두지 못하다가 하루는 극단 월례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극단 사무실 겸 연습실로 어렵사리 사용하고 있던 공간을 건물주가 비워달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생활이 어려워 절반 이상이 다른 업종을 찾아 떠나고 열 명 남짓한 극단 단원들이 십시일반 또는 가뭄에 콩 나듯 작품 활동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인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연극을 사랑했기에, 그나마 손때 묻은 연극 소품들과 의상이며 보잘것없는 살림살이지만 하루아침에 버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다른 문화예술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지역에 따라 빈부 격차가 심하고 복지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바로 지방 연극인들이 아닌가 싶다.

그 즈음 한참 마을기업을 육성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바로 이거다. 마을기업을 만들어 우리 지방 연극의 살길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다행인 것은 사회적 기업을 인큐베이팅했던 경험을 토대로 무턱대고 시작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사업 타당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요했다.

첫째는, 마을기업의 취지에 따라 지역의 유휴 인력으로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사정에 따라 첫 번째 과제는 해결된 셈이다.

둘째는 사용하지 않는 자원의 재활용을 통한 공간 확보였다. 마침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사용하지 않는 관리동 지하공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 설명을 하고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 받았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주민 주도형으로서 협동조합 법인의 혼합형 마을기업으로 운영될 것이다.

셋째로 가난한 지방의 젊은 연극인들이 부족하지만 상설 공연을 할 수 있는 소극장이 마련되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열린 셈이다. 물론 지금도 여기저기 객원배우로, 창의적 체험 학습 강사로, 가난한 극단의 단원으로, 아르바이트로 여기저기를 전전하고 있지만 이제는 이름을 가진 마을기업의 조합원으로서 상설 동네 소극장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4년 전 사단법인 ‘광주전남 행복 발전소’ 라는 시민단체를 통해 처음으로 사회적기업인 ‘행복문화 사업단’을 인큐베이팅하게 된 과정이 나에게 연극을 통한 마을기업 설립에 자신감을 갖게 했다.

생활 속 창조적 아이디어를 찾아라

‘광주전남 행복발전소’는 시민들의 생활 속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현실화시켜내는 일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 창안을 위한 행복 창안 사업, 지역 발전을 위한 심층 연구를 진행하는 풀뿌리 연구 사업, 문화도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 문화 사업 등 새로운 NGO 의제를 만들어내고 육성하는 사업을 해왔다.

자치단체의 축제나 지역의 행사마다 고비용의 중앙 연예인들이 초청되어 상대적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소외되는 현상들이 일어난다. 이럴 때 더 이상 지역의 예술 인재나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아볼 수 없을까 생각하였고 열악한 지역의 예능인들을 모아 ‘행복문화 사업단’ 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다.

이제는 예비 사회적 기업을 거쳐 지금은 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 문화도시 광주를 노래하고 음반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각종 콘서트를 열어서 지역 가수들을 양성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자생력을 가진 예능인들이 다수 배출되었고, 이들은 각종 공중파와 지역 방송 채널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수익구조 창출과 획기적 지원 바래

마을기업은 마을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각종 자원을 활용한 수익 사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 주민에게 소득 및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일컫는다.

연극을 통한 마을 기업은 지역 주민들에게 관주도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여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공익적인 활동을 통해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경제성이다. 수익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존의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정부 시책에 따라 탄생하였으나 결국 문을 닫은 곳이 부지기수이다.

그것은 바로 콘텐츠 부실이 원인이며,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블루오션을 개척해내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만 바라고 창업이 된다면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며 시한부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자율과 창의성 존중되는 사회적 경제 정책 절실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과 같은 정책을 위한 아이디어나 아이템으로 문화예술이 활용되는 것도 좋지만 문화예술 활동은 물론 문화예술인들의 복지를 위한 시스템으로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이 지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을기업 공모에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한정된 최소한의 창업 자금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일률적인 지원보다는 사업별로 탄력 있는 보조를 통한 창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자치단체와 마을기업 간에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며, 지나친 간섭보다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자립 유도형 지원이 중요하다.

2012년 ‘예술인 복지법’의 시행 및 예술인 복지재단의 출범과 함께 예술인 복지제도의 실효적 정착을 둘러싼 논의들이 확산되었다. 한편 ‘협동조합 기본법’의 시행 등 새로운 자립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던 단체들 중심으로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둘러싼 고민이 본격화되면서 문화예술계의 생존과 자립을 위한 새로운 실험과 시도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문화공동체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에서도 각종 문화상품권이나 취약 계층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 복지 바우처 사업이 함께 공유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지원 조례를 통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이 예술인들의 복지 증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이르지만 최소한의 멍석이라도 깔아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와 같은 마을기업인 ‘아파트 마을 연극교실’(소극장)이 그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곧 태동할 마을기업 ‘아파트 마을 연극 교실’은 지역 주민과 연극인들로 만들어진 ‘연극 마을 문화 공동체’라는 법인 이름으로 운영되어질 것이다.

마을에 있는 유치원, 초, 중, 고 및 대학교를 통해서, 주민자치센터, 자생단체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마을의 자긍심을 높여가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 전 지역의 마을에 문화 복지를 싹 틔울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대동문화 76호 [2013 5.6월호]

이춘석 광주마을 연극 기업 대표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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