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풍영정의 겨울 풍경

풍영정에서 내려다 본 극락강 모습

입춘(立春). 겨우내 얼었던 땅을 녹이고 비로소 봄이 '일어서는' 시기라고 합니다. 해마다 경험했듯이 입춘은 실제적 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그저 “이제 봄이 멀지 않았다”라는 신호와 함께 희망을 주는 정서적 절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월 3일 입춘이 지났지만 호남지방엔 많은 눈과 함께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강추위와 연일 계속되는 폭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소엔 좀처럼 보기 드문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설경이 아름다운 광주 문화유산 몇 곳을 둘러보면서 추위와 폭설의 불편함을 잠시 잊어도 좋을 듯합니다.

광주 풍영정의 겨울 풍경

극락강변에 위치한 바람의 정자 ‘풍영정’

담양 가마골에서 발원한 영산강의 시원 극락강은 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선창산을 휘돌아 나가며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냅니다. 저 멀리서 무등산이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극락강과 선창산이 마주하는 ‘극락의 언덕’에 영산강 7경 중의 한 곳인 풍영정(風詠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풍영정은 조선조 명종 때 승문원 판교를 지낸 칠계 김언거(漆溪 金彦据 1503~1584)가 벼슬에서 물러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정자입니다. 칠계(漆溪)는 정자 아래로 흐르는 극락강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극락의 언덕에 자리한 광주 풍영정

풍영정의 시문들

한석봉이 썼다는 제일호산 편액

풍영정 현판이 앞뒤로 2개가 걸려 있다. 현판에 대한 전설이 두가지 버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극락의 언덕에 자리한 광주 풍영정

'풍영(風詠'이라는 정자의 이름은 자연을 즐기며 시가를 읊조린다는 뜻으로 <논어>의 '선진(先進)'편에서 차용해 왔다고 합니다.

정자 내부에는 당대의 명필 석봉 한석봉이 쓴 '제일호산(第一湖山 )'이라는 커다란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호남에서는 제일가는 곳으로 그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이겠지요. 그 외에도 송순, 이황, 김인후, 기대승, 고경명, 이덕형 등 수많은 문인들의 시문이 걸려 있습니다.

하얀 눈과 고색창연한 정자의 단청이 보색을 이루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폭설의 불편함 정도야 한 방에 날려 버릴 정도입니다.

무양서원 전경

제향의 공간 무양사

무양사와 마주하고 있는 이택당

내삼문. 삼오문

광주의 볕이 되는 ‘무양서원’

광주광역시 월계동 도심 속에 있는 무양서원(武陽書院)은 광주의 옛 이름인 ‘무진의 볕’ 즉 무진지양(武珍之陽)에서 따 왔다고 합니다. 1927년 탐진최씨(耽津崔氏) 문중에서 세웠습니다.

서원의 사당인 무양사에는 고려 인종 때 어의를 지낸 장경공 최사전(崔思全 1067~1139)을 주벽으로 하고 손암 최윤덕, 금남 최부, 최부의 외손자인 미암 유희춘과 충렬공 나덕현 등 다섯 분의 선현을 모시고 있습니다.

서원의 기능에 맞춰서 앞쪽에 학문의 공간을 두고 제일 안쪽 높은 곳에 제향의 공간을 두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제사의 공간인 무양사와 학문의 공간 이택당이 내삼문을 경계로 서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집자한 현판

성지재

낙호재

사당 무양사에서 내려다봤을 때 왼쪽에 동재인 성지재가 있고 오른쪽에 서재 낙호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의 기숙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무양서원은 설경도 아름답지만 한 여름 배롱꽃이 필 때도 무척 아름다운 곳입니다.

임영열 기자  youngim1473@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