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에서 밀어내니 오갈 데 없는 잎사귀

나 괜찮아, 견딜 수 있어

깃들던 새떼 높이 날고 열매는 저렇게 빛나

착실히 조연을 마친 잎사귀는

바람 손잡고 빈 하늘에 춤을 추었어

숭숭 뚫린 구멍새로 세상을 보면

여기도 놀라운 기쁨이 있어

괜찮아, 섭섭하지 않아

벌레에게 뜯기던 오싹한 순간

잊기로 했어 정든 새 한 마리

두고 온 나무마저 잊기로 했어

다시 한 숟가락 진한 기름이 되어

새봄, 어린잎으로 만날 때까지

참기로 했어

윤수자 시인은...

서울에서 나고 강진에서 자랐다. 광주여고와 광주대학교를 거처 광주 YWCA 직업개발부 부장으로 근무했다. 동양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 광주 문인협회 시분과 위원이다. 시집으로 ‘봄 물소리 높이 굽이치고 있을 때’, ‘내일은 맑을거야’와 다수의 공저가 있다.

*별 하나 별 둘

눈물샘이 열리기까지 통점(痛點)의 자극이 필요하다. 통점은 날이 갈수록 단단한 뚜껑을 만들고 원만한 일에는 끄덕도 없다. 흔히 감정이 메말랐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토록 신비롭던 것들이 시들해질 무렵 우리는 어른의 길에서 옛날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정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돌아섰지만 돌아갈 곳은 이미 없다.

詩는 ‘상처에 피는 꽃’이다. 지나 온 흔적마다 숭숭 뚫린 구멍, 구멍들….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백번의 웃음보다 두 다리 뻗고 펑펑 운 한 번의 울음이 이토록 시원할 수가, 달콤할 수가. 사랑해야지, 세월로 씻긴 자리마다 고마워, 미안해, 또 만나자.

손바닥시화 노여운(그림)

노여운 화가는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주요 작업 대상은 ‘골목길’이다. 그에게 '골목길'은 도심 속의 따뜻한 공간이다. 골목길은 다른 사연들을 가지고 시간의 흔적들을 쌓아가며 포근함과 그리움의 감정들을 함께 공유한다.

2009년 무등미술대전 대상, 2014년 어등미술제 어등미술상과 광주신세계미술제 신진작가상을 수상했다. <쉼, 쉬어가다>로 2016년 광주신세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등 3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2012년 이후 광주아트페어 등 주요 단체전에 참가했다.

윤수자 시/노여운 그림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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