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대구의 두 오페라단이 달빛동맹으로 협력한 기획 오페라 ‘라보엠’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지역 오페라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오페라 공연은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광주와 대구 출신 성악가와 국내외 유명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 오페라 공연 ‘라보엠’은 오는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모두 4회 공연을 펼친다.

이 작품은 또한 10월중 대구에서 개최되는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대구는 오페라의 대표적인 도시로 국내외에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다.

광주시오페라단(단장 임해철)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업무협약에 이어 지난 5월 23일 ‘라보엠’ 공연약정서를 체결했다. 임해철 단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광주시오페라단은 대구의 오페라 노하우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역 오페라의 진일보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 단장은 문화도시 광주는 미술을 비롯하여 판소리, 무용, 연극 등 다양한 문화 장르가 존재한다. 하지만 오페라 등 일부 장르는 아직도 척박한 실정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광주 오페라의 35년 성과를 보여줄 수 있어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광주 오페라, 혼을 지킨다

광주의 오페라 역사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경양 조선대 전 교수를 비롯해 고 김정수 목포대 교수, 박채옥 광주교대 교수, 정영규 선생, 이호근 전남음악협회장 등 5명이 뜻을 모아 광주오페라단을 만들었다.

창단 1년 만에 열악한 공연환경에서 ‘춘향전’을 제작, 광주시립관현악단의 협연으로 광주시민회관에서 선보였다. 오페라를 할만한 공연인력도 많지 않고 무대 스텝도 제대로 구성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1991년에는 광주문화예술회관 개관 기념으로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했다.

매년 창작작품을 발표해 온 광주오페라단은 라 트라비아타, 사랑의 묘약, 토스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나비부인, 아이다, 돈 죠반니, 리골레토 등 예술성과 완성도를 두루 갖춘 20여 편을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그런가하면 우리 전통자원을 소재로 한 ‘배비장’을 2005년 창작코믹오페라로 공연한 바 있다.

광주오페라는 1999년과 2001년에 각각 빛소리오페라단과 강숙자오페라단이 창단하면서 지역 오페라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임 단장은 “광주시오페라단의 특징은 단원제가 아닌 캐스팅제로 운영되는 데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면서 “공연 작품의 질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배역에 맞는 출연자를 캐스팅하는 방식을 도입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만큼 공연 제작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세트비, 출연료, 분장, 의상 등 한 차례 공연에 들어가는 비용은 1억5,000만원~2억원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같은 재정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 30년 넘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역 대표 오페라단으로서 명맥을 이어가길 바라는 음악인들의 정성과 출연자들이 직접 티켓 판매에 나섰던 데 있다.

열악한 광주오페라단의 자리를 지켜온 결실을 맺으려는 노력이 지난해 말부터 일기 시작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가 시립오페라단 창단으로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도시 걸맞은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돤돼야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단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오페라 등 음악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계 55명으로 구성된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단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지난해 10월 23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단 및 효율적 운영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에 나선 임해철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단추진위원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향하는 광주는 대내외적으로 21세기 문화도시에 걸맞은 오페라단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는 올해 3억원이라는 오페라 활성화 예산을 처음으로 편성했다. 광주시오페라단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공동 제작비를 부담하여 오페라 작품 ‘라보엠’을 내놓는다. 예술총감독은 박명기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휘는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연출은 가이 몽타폰(Guy Montavon) 독일 에르프르트(Erfurt) 극장장이 맡았다.

임 단장은 “아직 시립오페라단으로 공식적인 조직구성이나 조례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공식적인 시립오페라단 창단 이전까지는 ‘광주시오페라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저간의 속내를 이야기했다.

광주시오페라단은 사실상 창단 첫 공연작품으로 세익스피어의 4대 원작인 줄리어스 시저, 로미오와 줄리엣, 오델로, 멕베드 등 4편을 갈라공연으로 선보인다. 9월 5일과 6일 이틀간 하루 2편씩 연속 공연된다. 올해는 세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다.

이에 앞서 올해 한국미용박물관 등 8곳에서 2016 찾아가는 오페라 공연으로 ‘노래하는 미용실’을 펼쳤다. 6월 18일에는 호남신학대 예음홀에서 ‘발성법과 발성교정’ 세미나를 가져 2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꽉 메웠다.

7월 16일에는 빛고을아트스페이스 공연장에서 지역성악가의 진로를 모색하는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20여명의 지역 인재에 대한 오디션을 가졌다. 국립오페라단 김학민 예술감독과 대구오페라하우스 박명기 예술감독 등 7명의 오페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들에게는 언젠가 캐스팅 기회를 갖는 기량을 뽐내는 자리였다.

임해철 단장, 광주 오페라에 남은 생애 바쳐

광주시오페라단 임해철 단장은 연세대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했다. 4학년 때 동아콩쿠르 성악부 1등상을 수상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Santa cecili) 국립음악원을 졸업했고 한국인 최초로 로마 오페라에서 ‘라보엠’으로 데뷔했다. 이탈리아 부세또 베르디 콩쿠르와 레 만프레디 국제성악콩쿠르 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임 단장은 귀국해서는 국립오페라단, 서울시립오페라단에서 일했고 호남신학대 교수로 부임했다. 40대에는 음악행정가로서 광주오페라단 단장, 광주국제공연예술제 부집행위원장 등을 맡으며 한국 성악계의 한 축이 되었다.

그는 지난 2009년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2011년 수술을 거쳐 다시 현장으로 되돌아왔다. 새삶을 산만큼 한국 성악,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 온힘을 바치겠다는 일념뿐이다. 이런 그가 있었기에 문화도시 광주에서의 오페라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오는 10월 광주 ‘라보엠’ 무대에 출연하는 광주출신 성악가 바리톤 박성훈(31)이 지난 7월 19일 이탈리아 오르비에또에서 열린 제21회 스팟찌오 무지까 국제성악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입상했다. 이번 콩쿠르는 오페라 배역을 뽑는 자리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출연진을 공모한 결과 107명이 응모했고 3명이 선발됐다.

그만큼 광주 오페라는 쟁쟁한 실력자들이 출연한다. 기대가 큰 무대이다.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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