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정겹다. 그것은 호남가(湖南歌)의 첫머리에 ‘함평천지’로 시작하는 노래 소절에서 느끼는 예로부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인 때문이다. 논과 들은 펼쳐져 있고 사람들은 얼굴로부터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땀 흘리며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함평은 최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안병호 함평군수가 취임 2년이 넘는 동안 변화의 텃밭을 일구었다. 형식적이고 예산만 낭비되는 행사나 의전들을 과감하게 폐지했다. 지역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함평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나비축제와 국향축제는 흑자를 거듭하고 있다. 안 군수는 실사구시형 행정경영으로 투입예산을 줄이고 지역소득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안 군수는 “제가 취임한 이래 가장 많이 고심한 것이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군민들에게 소득이 돌아가는 축제로 만들 것인가였지요.”라면서 “그러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축제쿠폰을 발행하고 군민이 참여하는 장터를 늘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원리는 단순하다. 입장권 종류에 따라 쿠폰금액이 달라진다. 성인 입장권이 7천원이면 이중 3천원은 쿠폰이다. 3천원의 쿠폰은 축제장이나 함평 관내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2~3명이 함께 오면 6천원에서 9천원의 쿠폰이 모아져 여기에 돈을 더 보태서 물건을 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축제쿠폰, 지역경제 바로 도움 돼

안병호 군수는 “예전 같았으면 단순히 3천원만큼 입장수입이 늘어나는 데 그쳤겠지만, 쿠폰을 발행해 3천원의 입장수입이 줄어드는 대신 ‘3천원+α’만큼 군민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축제쿠폰이 발행되기 전인 2010나비축제에서는 8억6천여만원이었던 현장매출액이 올해는 11억8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축제장 밖에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함평은 조선 태종(1409) 때 함풍현과 모평현을 합병한 지역이다. 벌써 607년이나 됐다. 함평은

이름에서 다가오듯 비옥하고 넓은 농토와 친환경 농산물, 생명이 살아 숨쉬는 청정 갯벌이 선사하는 수산물, 구제역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함평천지한우 등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의 보고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매년 봄이면 나비와 꽃을 소재로 열리는 나비대축제는 생태체험관광의 선두주자이다. 지난 1999년 이래 매년 4월말부터 5월초까지 열리는 나비대축제는 봄 축제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대표축제이다.

안 군수는 “‘나비’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함평군은 ‘생태관광도시’, ‘친환경농업군’ 등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면서 “매년 30여만명이 나비대축제를 보기 위해 함평을 찾고 있다.”고 했다.

여름에는 세계 5대 갯벌지구 가운데 하나인 함평만에서 해수욕장과 갯벌생태 학습장을 운영한다. 가을에는 온 산이 붉게 물든 우리나라 100경 중 48경인 용천사 꽃무릇 군락지의 장관과 명품 국화작품을 감상하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린다.

매년 10월 말부터 열리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은은한 국화향기에 취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대표적인 가을축제이다. 지난 2004년 가을부터 시작한 국향대전은 나비축제와 함께 함평을 상징하는 축제다.

국내 축제용 국화의 90% 가량은 일본에서 도입된 품종이다. 함평군은 2009년부터 신품종 개발에 나서 분재국 10종, 현애국 3종 등 총 13종의 품종보호권을 획득하고 올해 신품종 6종을 추가했다.

지난 2012년 세계축제협회에서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됐다. 또 전국 최초인 양서·파충류 생태공원이 있다. 전국 최초로 뱀을 주제로 한 공원인 양서파충류생태공원에서는 능구렁이, 까치살모사 등 국내종과 함께 킹코브라, 사하라살모사, 돼지코뱀 등 89종 666마리의 양서·파충류를 볼 수 있다.

역사, 생태 체험 관광도 볼거리

안 군수는 이런 볼거리만이 아니라 함평의 역사적 중요성도 언급했다. 안 군수는 “중국 상해에 가면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하는 데 함평에 그곳을 완벽하게 재현한 역사관이 신광면 함정리에 있다.”설명했다. 붉은 벽돌집 형태의 중국 상하이 3층 건물을 그대로 재현했다.

다음은 역사관 바로 옆에 일강 김철 선생 기념관도 있다. 신광면 함정리 구봉마을에서 태어난 일강 김철 선생은 일평생을 오직 독립운동에만 바쳤던 인물이다. 상해임시정부에서 국무위원, 비서장 등으로 활동하다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주도했다.

안 군수는 덧붙여 “요즘은 함평하면 ‘나비축제’를 먼저 떠올리지만, 함평은 원래 ‘한우’로 유명한 고장이다. 함평 큰소장이 전남의 소값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작아졌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비교적 큰 대표적인 우시장이 있다.

함평천지한우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우수축산물 브랜드로 선정됐다. 2005년 첫 해를 제외하고 광주․전남 지역에서 지금까지 매년 우수 브랜드로 선정이 된 것은 함평천지한우가 유일하다.

함평에서 생산되는 쌀은 새끼우렁이농업으로 키워, 고품질 브랜드평가에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4년 연속, 총 9회에 걸쳐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에 선정돼 맛과 품질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쌀과 한우로 만들 생고기비빔밥은 요즘 주말에는 번호표를 받아야할 만큼 인기다. 생고기 비빔밥은 육회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참기름이 어우러져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철분과 칼슘이 풍부한 선짓국이 곁들여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한국관광공사와 이곳을 '생비빔밥 테마거리'로 선정, 음식관광에 정성을 쏟고 있고 있다.

안 군수는 “우리 함평에서 생산되는 단호박은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명실상부한 단호박의 주산지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요즘에는 전자레인지에서 5분 남짓 익혀 껍질 채 바로 먹을 수 있는 미니밤호박도 영양간식 및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다”고 했다.

안 군수는 함평의 미래 청사진을 설명했다. 그간 함평엑스포공원을 비롯한 나비축제와 국향대전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어느 정도는 구축됐다고 본다.

이제는 이 시설을, 그간의 경험과 비결, 전국적으로 친환경 지역으로 잘 알려진 지역 이미지 등을 바탕으로 생태체험과 농촌관광을 접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계절 내내 테마가 있는 생태체험 관광지 함평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 문화유적지의 수학여행 코스 및 현장학습장 활용, 스토리텔링이 있는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축제와 관광시설을 활용한 경제관광 육성 등의 큰 틀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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