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쉽사리 비행기표가 끊어지지 않는 여행지였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만 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자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예방접종이다. 아무래도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나 보다.

질병관리본부에 들어가 확인을 해 보니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프리카로만 알고 있었던 여행지에 무슨 국가명이 이렇게 많은지... 케냐나 이집트와 같은 익숙한 나라도 있었지만 모리타니나 레소토와 같은 생소한 국가명도 있었다.

그렇다. 아프리카는 40개가 넘는 나라로 이루어진 곳이다. 민족성과 문화가 서로 다른 국가로 이루어진 거대한 대륙인 것이다. 북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남아프리카는 전혀 다른 문화와 자연환경 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백인들에 의해 쓰인 기록이 많다. 그래서 <미지>라는 단어 안에 많은 것이 갇혀있는 경우가 많다.

나미비아 여행은 B1과 함께

아프리카 서남부에 위치한 국가 나미비아는 독일의 오랜 식민지를 지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식민지 시절을 거치고 1990년 독립을 하였다. 영토의 대부분은 건조한 사막이다. 유일하게 바다와 사막이 맞닿은 곳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이 만들어낸 칼끝 같은 모래언덕이 궁금하다면 지체하지 않고 나미비아로 가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듄45(Dune45)이다. 사실상 모래언덕은 지천에 널렸지만, 군더더기 없는 능선을 자랑하는 것은 역시 45번이다. 나미비아 여행에서 B1고속도로를 뺀다면 여행이 불가능하다. 나미비아를 관통하는 가장 길고 큰 도로이기 때문이다.

가로등도 없고 가드레일도 없지만 모래언덕 사이에 있는 말라버린 물웅덩이인 데드블라이(Deadvlei)도 에토샤 소금호수가 있는 에토샤 국립공원도 B1고속도로를 타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사파리는 육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파리를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라 부른다. 과거에 사냥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함뿐 아니라 놀이이자 힘을 과시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래서 게임(Game)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다.

보츠나와에 있는 쵸베국립공원의 사파리는 아주 매력적이다. 초베강 위에서 일몰과 함께 진행된다. 잔잔한 강가에 자유롭게 머물고 있는 여러 동물을 만날 수 있다. 큰 나무의 윗 잎사귀는 기린이 먹고, 중간 정도는 쿠두가 먹는다.

제일 낮은 이파리는 임팔라 몫이다. 강에는 하마와 악어가 함께 살고 있어 가끔은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하다. 9월에는 우기에 불어난 강물 때문에 사자가 넘어오지 못해 아직은 물소가 평화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둥소리가 나는 연기, 모시-오아-툰야

아프리카 역사에서 노예무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사실 15세기 포르투칼이 아프리카에 당도하기 전 이미 아랍인들에 의해 노예 거래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1813년 영국의 스코트랜드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신학과 의학을 함께 공부한 선교사이다. 선교활동을 위해 간 아프리카에서 유럽인 최초로 잠베지강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참담한 노예무역시장을 알게 된다. 노예무역을 막기 위해 노력하던 리빙스턴은 아프리카를 조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세 차례의 탐험을 나서게 된다. 이 탐험 과정은 대부분 잠베지강을 따라 이루어지는데 1855년 거대한 폭포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폭포라 이름을 짓는다.

원래 이 폭포는 천둥소리가 나는 연기라는 뜻의 ‘모시-오아-툰야’로 불렸다. 대체나 멀리서부터 보이지는 않지만 수증기가 일고 알 수 없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폭포에서 흩날리는 물방울은 하늘로 피어올라 마치 연기처럼 보였다.

덕분에 인근 초목들은 이제껏 봤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풍성하기 그지없었다. 폭포가 흐르는 오른쪽은 잠비아 국가령이고, 폭포의 건너편인 왼쪽은 짐바브웨이다. 보통 짐바브웨에서 폳포를 조망한다.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트럭킹이다. 5톤 트럭을 개조하여 버스처럼 만들었지만 에어컨과 히터 따위는 없다. 트럭의 짐칸에는 음식 조리 도구가 실려 있어 때가 되면 일행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간혹 롯지에서 자기도 하지만 캠핑이 일반적이다. 롯지에 안락함이 있다면 캠핑은 대자연을 이불삼아 잠들 수 있다. 그 어느 것을 선택해도 만만치 않은 여행이지만, 그만큼의 감동과 추억이 새겨지는 곳이다.

대동문화 98호 [2017년 1,2월호]

김근하 기자  paranbaj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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