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끊임없는 동인의 작용에 의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 지역 문화재단은 그 문화의 네트워커이자 프로모터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문화재단은 ‘현재 진행형인 문화를 누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광주문화재단이 출범한 이후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지역 문화 행정의 문제점은 전문 인력의 부족, 문화 시설 프로그램과 기획력 부족, 재원 부족, 정책의 일관성 결여 등이 대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지역 문화 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광주문화재단이 설립된 것이다.

시민 눈높이 문화 행정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문화재단 설립이 지역 문화 행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면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도 먼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행정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지방자치단체 행정 조직은 경직성 때문에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문화재단은 민간 전문가와 관이 협력하여 유연한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어 창의적인 행정을 통해 시민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업무의 전문성 확보 역시 지역 문화 행정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문화예술 정책을 담당하는 지방 행정직 공무원은 순환 보직제로 운영되어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와 중장기적 전망을 가진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부정적인 면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문화재단이 문화예술 진흥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문화 사업을 직접 집행함에 따라 기존의 문화예술 단체 중 일부 단체의 활동 영역이 축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가 고착화되면, 지역 문화예술인과 문화재단이 협력자이면서 건전하게 상호 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견제의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문화재단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지켜져야 한다. ‘팔길이 원칙’이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문화재단은 지역에 ‘팔(arm)’로서 지역 기관에 준하는 성격을 띠지만 지역 도시도 ‘팔길이(arm’s length)’만큼의 거리를 두고 문화재단의 운영에는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 모델은 영국, 호주, 그리고 아일랜드 등에서 선호되는 방식이며 잉글랜드 예술위원회(Arts Council of England)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율 운영 위한 재정 확보 마련 시급하다

또한 문화재단은 재정적으로도 지자체에 완전히 기대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문화재단의 재정 문제는 향후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권 확보 때문에 중요하므로 다양한 방법으로 재정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재원은 자치단체의 일반 행정 예산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문화재단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문화행정 서비스를 위해 시민과 기업, 문화단체도 기부금을 확보하여 기금에 출연할 필요가 있다. 아직 광주문화재단이 취약한 점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문화재단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시민들의 문화 향수 및 문화 참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

또한 단기적인 목표와 일회적인 행사, 사업비 지원의 단순 업무보다는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속에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규모만 큰 사업보다 지역 내부에 문화 저변이 확대될 수 있는 작은 사업들을 다각도로 실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역의 문화재단은 ‘4I’(Identity, Imagine, Interest, Influence)의 관점에서 일을 잘 하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먼저, 문화재단은 ‘Identity’ 즉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 문화 향수 촉진과 집객을 위해서는 지역의 정체성이 반영된 창의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화재단의 정체성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민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이 절실

둘째, 문화재단은 ‘Imagine’ 즉 ‘사업 구상’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Imagine’은 결국 재단의 지역 특성에 맞는 비전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광주문화재단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비전 즉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구현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한다. 전남문화예술재단은 전통문화의 보고인 전남의 특성을 살려 남종화와 판소리, 농경 문화, 슬로시티 등과 같은 경쟁 우위 요인이자 차별화 요인을 반영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본다.

셋째, 문화재단은 ‘Interest’ 즉 ‘흥미’와 ‘이익’, 특히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Interest’의 관점에서 문화지표 설정 및 조사 연구와 문화시설 가치 추정 연구는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Imagine’(사업 구상)과 ‘Interest’(이익)의 관점에서 볼 때 문화 향수 촉진을 위한 문화 마케팅 프로그램 개발의 연구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재단의 사업은 ‘Influence’ 즉 ‘영향’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재단이 투자한 사업이 제대로 돈을 잘 썼는가를 피드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광주문화재단 운영의 큰 목적은 지역 문화예술의 진흥이다. 또한 지역 문화를 육성하고 보존하는 데 있어서 허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지역에 있는 문화 자원을 연결하고 다각적인 민간 협력을 통해 네트워크화된 문화 발전 운동을 전개하자는 의미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문화재단은 문화자원의 ‘연결자’(networker)이자 민간협력의 ‘대리인’(agent), 그리고 문화예술 활동의 ‘촉진자’(promotor)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광주문화재단의 정체성의 확립, 광주라는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 구상, 경쟁 우위의 이익을 창출하는 경영 마인드, 수익의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의 정착이 잘 되어 있는 광주문화재단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 류재한 교수는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누벨 대학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 전남대학교 유라시아연구소 소장, 2012 아시아문화포럼 집행위원장, 제12회 여수 국제 청소년축제 환경포럼 총괄감독, 국립아시아문화전당(민주평화교류원) 자문위원이다.

대동문화72호 [2012 9.10월호]

류재한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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