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물놀이 등으로 인한 익사사고가 많다. 그런데 물에 빠진 아이를 건져냈을 때, 그 회생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까? 우리 선조들은 제일 먼저 항문부터 살폈다. 흔히 엉덩이를 뒤집어본다. 항문이 닫혀 있으면 살 수 있다. 반대로 항문이 열려 있거나 변이 흘러 있으면 기대를 접었다. 현대의 응급실에서 많이 실시하는 동공 반사 검사법과 비슷한 방법이다.

김해성 作, 긴장하면 식은땀 나고 비로소 어른 된다

땀이 식은 것인가? 마음이 식은 것인가?

옛말에 ‘땀구멍이 열렸다’라는 말이 있다. 땀이 비 오듯 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사우나를 하다보면 땀구멍이 열리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데 본인이 인위적으로 땀구멍을 여는 것은 좋다. 예를 들면 운동이나 사우나를 하는 경우다.

그런데 본인은 땀을 내려는 노력을 전혀 안했다. 땀이 날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 땀구멍이 열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항문이 열리는 것이나 같은 이치다. 즉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된 것이다. 따라서 생리적이지 못한 병리적인 기전이다.

땀은 존재의 목적이 있다. 바로 체온 조절과 노폐물 배설이다. 그러나 과연 그게 땀의 역할의 전부일까? 땀도 나름대로의 자기만의 또 다른 역할이 있지 않을까?

이름에서 살펴보자. 우선 식은땀이라는 것이 있다. 한자로는 냉한(冷汗), 영어로는 ‘Cold Sweat’라고 한다. 식었단다, 땀이. 아니, 체온 내리라고 식어주지 그럼 스팀 나는 땀이 있느냐?

흥분하지 말자. 땀이 따뜻하고, 차고는 땀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흘리는 대상의 느낌이다. 즉 흘리는 사람이 땀이 차게 느껴지는 것이다. 차다는 의미는 남다르다. 차가우면 뭉친다, 움츠린다. 자연의 물리학적 법칙이다. 한의학에서도 한자결지(寒者結之)라는 말이 있다.

식은땀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발 움츠려, 위기이거든! 땀의 경고요, 경계 발령이다. 즉 냉한은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한편 몸의 상황이 움츠릴 만한 상황이 되면 냉한이 흐른다.

식은땀은 분명 준비된 땀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땀이 땀구멍이 열리면서 억지로 나온다. 당연히 온도 조절이나 노폐물 배설이 목적이 아니다. 몸에 긴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순간적으로 땀구멍이 열린 것이다. 이렇듯 땀은 우리 몸의 또 하나의 감지기요 파수꾼과 같은 센서인 것이다.

땀은 우리 몸의 파수꾼

땀은 심장이 흘리는 피다! 한의학에서의 땀에 대한 비유이다. 땀이 심장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반대로 땀이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표현이다. 불가분의 관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땀은 심장의 컨디션과 연관이 있다. 심장이 튼튼하면 땀에 대한 조절이 여유롭다. 심장이 약해지거나, 순간적인 자극을 받으면 혼비백산이 된다. 이때는 땀구멍도 열리는 것이다.

공포나 긴장, 불안과 당혹감에 식은땀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체력이 고갈되거나, 피를 많이 흘리는 부상에서도 식은땀이 난다. 그래서 식은땀에도 상황에 따른 각각의 이름이 있었다.

전쟁터에서 공포에 흘리는 땀을 전한(戰汗)이라 했다. 수치나 부끄러운 상황에서 흘리는 치욕에 젖은 땀을 괴한(愧汗)이라 불렀다. 한의학에서는 식은땀을 구분하여 자한과 도한이라 하였다. 기운이 없거나 허약하고 병약해서 흘리는 땀을 자한(自汗)이라 한다. 잠자면서 몸에 젖을 정도의 땀을 도한(盜汗)이라 하였다. 자한이든, 도한이든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多汗症)의 하나로 보았다.

식은땀 신체의 리듬 파괴 경고

한편 다한증이 잘 나는 부위의 이름을 붙여서 두한(頭汗), 배한(背汗), 액한(腋汗), 수족한(手足汗) 등으로 나누기도 했다. 땀이 많은 부위가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도 특징이다.

한의학에서는 다한증에 한약을 사용한다. 주로 황기 등의 약제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침과 약침, 뜸과 효소욕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옛 어른들은 등에서 식은땀이 나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말씀이 있었다. 인생의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겪어봐야 성인으로 성장한다는 교훈이다.

그러나 식은땀은 신체의 건강한 리듬이 깨졌다는 경고이다. 경고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할 때만이 의미가 있다.

자! 땀나는 계절이다. 예년에 비해 무척 폭염일거란 예상이다. 이런 때일수록 식은땀이 아닌, 건강한 땀을 흘리는 여름날을 기대해 본다.

대동문화 71호 [2012 7.8월호]

안수기 한의학박사․대웅한방병원 원장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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