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일들뿐이라지만 살다보면 어떤 계기와 우연히 만나 삶이 바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어쩌다 요리하는 사람이 되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것만이 가진 세상이 있다. 내가 공감하는 추억담은 어느새 음식과 맞닿아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항상 음식을 준비해서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부스스한 머리로 눈을 비비며 잠을 깰 동안 부엌에선 엄마가 음식을 준비하셨고 오랜 친구나 새로운 친구가 자주 초대된 저녁 식사들에 익숙했었다.

엄마가 차린 훈훈한 밥 한공기가 무엇보다 맛있었고 그 정성이 내 마음과 혀, 머리를 감동시킴을 이제 내가 어른이 되어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음식과 요리에 빠져 요리를 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지 10년 정도가 흘렀다. 최근 편리한 서비스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성어린 음식에 대한 로망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또 가스레인지가 해롭다고 알게 되서 주방에서 가스를 쓰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도 확산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트랜드에 맞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찾다가 교육과 판매가 결합된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다.

나의 소중한 공간 애플스 키친

애플스 키친은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고 먹고 나누기 좋아하는 분들이 요리를 배우는 쿠킹 스튜디오다. 좋은 음식과 바른 먹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캐주얼한 파티를 하는 공간으로 쓰이기도 하고 최근 정성이 들어간 집밥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져감에 따라서 인덕션과 같은 친환경 가전이나 도구들과 다양한 식품들을 판매하기도 한다.

애플스 키친은 단순히 요리교육 뿐 아니라 마케팅, 세일즈 분야까지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하면 적당할 것 같다.

애플스 키친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 곳만의 문화

갈수록 주방이 식사만을 해결하는 장소가 아니라 음식을 나누면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따뜻한 공간으로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영양을 섭취하고 성장하고 가족이나 타인과 만나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식당’을 ‘살다’라는 의미의 ‘Live’라는 의미를 써서 ‘Living Room’이라고 하는 것이다.

애플스 키친은 건강한 집밥을 나누고 다양한 형태의 손님접대를 손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노력들을 함께 하는 곳이다.

음식에 대한 열정이 많은 분들의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어가고 있는데 음식이 주는 행복감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신다. 오감을 열고 창의적으로 만든 음식은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주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격식이나 그릇 세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단순하고 자연스런 음식, 영양소 파괴가 최소화된 기본을 배울 수 있다고 하셔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일과 삶을 지탱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우리들은 늘 어떻게 하면 삶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그리고 꿈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할지 고민하면서 사는 것 같다. 돈과 일 그리고 삶과 꿈이 행복하게 만나는 인생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건강한 통찰력과 삶과 꿈을 창조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나는 요리라는 테마로 정성스런 식탁이 사람을 만족시키고 머물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는 데 큰 가치를 둔다. 이런 마인드를 함께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고 나 또한 요리와 초대를 통해 만나는 분을 통해 좋은 일에 대해 자극을 받고 용기를 가지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한국의 맛을 세계인에게 선보였던 경험

최근에는 파인다이닝에서부터 캐주얼 다이닝까지 여러 분야에서 한식의 입지가 변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농림수산부에서 주관한 한식 스타셰프 프로그램에 참석해서 스타셰프가 되는 운좋은 경험을 했다. 연세대학교와 우송대학교, 워커힐에서 최고의 강사와 쉐프님들께 교육을 받았던 값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요리팀으로 선발돼서 다보스에서 세계의 경제인들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방황했던 시간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수능 점수에 맞춰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에 가게 되었고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내가 무얼 하고싶어 하는지 몰랐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졸업하고 시험을 봐서 방송국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었다.

방송 일을 하면서 긴장하지 않고 카메라나 생방송에 익숙해지는 훈련이 되었던 게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지나고 보면 성공이든 실패든 자양분이 되지 않은 경험은 없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십대 후반에 자연스럽게 요리하고 음식을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깊이 빠져있는 나를 발견했다. 항상 하고싶은 일들을 만나면 열심히 도전했던 것이 좋은 경험들을 얻은 계기가 되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삶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건강과 행복감은 얼마나 자기 인생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는가 하는 삶에 대한 지배력에 달려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직장을 놀이터처럼 즐겁게 일하며 하고 싶은 일을 했던 게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의 나는

내 자신과 애플스 키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우선이 될 것 같다. 엄마로부터 물려온 솜씨에 나의 감각을 더해 애플스 키친만의 음식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정성이 들어간 맛간장과 홈메이드 소스들,

생강청이나 레몬 석류청과 같은 다양한 저장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삭힐수록,시간에 재울수록 맛이 나는 김치와 장류와 같은 발효음식들도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고 나만의 프레시하고 모던한 레스토랑을 열고 싶다는 꿈도 현재진행형이다. 음식 접시에는 저마다의 표정이 있어 먹는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내는 접시에 긍정적 에너지를 듬뿍 담아 따뜻한 위로가 되는 음식을 만들려한다.

격식이나 멋진 그릇보다 함께하는 사람과 대화에 무게를 둔 오감 충만한 삶. 그것이 내가 살고 싶은 방식이다.

대동문화 86호 [2015 1,2월호]

김혜원 요리연구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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